지방흡입의 진화… 해외는 과감한 라인, 한국은 정교한 비율 선호

전 세계 미용의료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방흡입과 지방이식은 더 이상 특정 부위를 줄이거나 키우는 단계에 머물지 않고, 전체 실루엣을 재구성하는 ‘바디 디자인’ 영역으로 확장되는 중이다. 국가는 물론 문화권에 따라 선호하는 바디 형태와 시술 방식도 뚜렷하게 구분되며, 미적 기준 자체가 트렌드화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해외는 더 과감해졌다… 라인 강조·볼륨 극대화가 키워드

 

미국에서는 “자연스러운 동안”보다 “확실한 인상·선명한 라인”을 우선하는 시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최근 보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MAGA)과 그의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 ‘더 과감할수록 미적 가치가 높다’는 기준이 확산되며 시술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 현상을 ‘마러라고 페이스(Mar-a-Lago face)’라는 표현으로 정리했다. 트럼프 소유의 플로리다 팜비치 리조트 ‘마러라고’가 상징하는 화려하고 과장된 미적 감각이 워싱턴 D.C.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상징성, SNS 문화, 셀럽 미학이 결합하며 자연스러움보다 표현력·과장미를 중시하는 스타일이 형성됐다”고 진단한다.

 

남미와 미국 남동부에서는 ‘아워글래스 실루엣’과 BBL(Brazilian Butt Lift)이 꾸준히 유지되는 추세다. 허리를 극단적으로 가늘게 조정하고 골반·엉덩이 라인을 부풀려 곡선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유럽에서는 허벅지 외측·힙 라인을 선명하게 만드는 지방조각(sculpting)이 확산되며, 패션·해변 문화와 연결된 미적 기준이 자리잡았다.

 

◆한국은 ‘극단적 볼륨’이 아닌 ‘정교한 비율 조정’이 중심

 

해외와 달리 한국 시장은 더욱 절제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볼륨을 크게 만드는 대신, 허리-골반-허벅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패션 핏이 잘 나오는 ‘실루엣 중심’ 체형 디자인이 선호된다. 최근 유행하는 키워드는 ‘허파고리’다.

 

한국형 트렌드는 정교함이 핵심이다. 해외식처럼 엉덩이 볼륨을 크게 키우지 않고, 골반의 시작점과 허벅지 연결선에 맞게 지방을 옮겨 자연스러운 곡선을 만드는 방식이 주류다. 이는 한국의 패션 스타일, 체형 특성, 미적 선호도와 맞물리는 흐름이다.

채규희 365mc 노원점 대표원장은 한국형 체형 디자인의 강점은 복부와 옆구리 지방을 얼마나 정교하게 정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허리·상복부·옆구리 라인 각각의 굴곡을 설계하는 과정이 핵심이고, 허리가 시작되는 포인트를 기준으로 앞·옆·뒤 지방층을 다르게 조정하면 라인이 훨씬 선명해진다”며 “최근 하이웨이스트 패션이 일상화되면서 허리선이 드러나는 스타일링까지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소비자들은 봄·겨울 시즌의 니트·블라우스 핏까지 고려해 상체 라인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선호도가 높은 허파고리 시술은 하체 디자인에서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허파고리는 복부에서 뺀 지방을 골반 상단이나 엉덩이 위쪽에 소량 이식하는 시술로 과한 볼륨이 아닌 자연스러운 골반 흐름이 만들어진다 알려졌다.

 

채규희 대표원장은 “이제 체형 디자인의 핵심은 지방을 얼마나 많이 빼느냐가 아니라, 어떤 부위를 남기고 어디에 볼륨을 더해 실루엣을 설계하느냐에 있다"며 해외는 과감한 곡선을, 한국은 섬세한 비율과 라인을 중시하는 등 국가별 미적 기준이 뚜렷하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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