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빼고 근육은 지켜야..."비만약 경쟁 2라운드"

비만 치료 시장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체중계 숫자를 낮추는 데 집중하던 경쟁에서 벗어나, 감량 과정에서 ‘무엇을 남기느냐’가 핵심 지표로 떠오르는 흐름이다. 특히 근육을 유지하면서 체지방을 줄이는 전략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근육 보존형 체중감량 치료제’ 시장은 2035년 약 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감량을 넘어 ‘건강한 감량’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 같은 변화는 다이어트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식사량을 줄여 체중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체형 균형과 대사 건강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 근육이 단순한 체형 요소가 아니라, 혈당 조절과 기초대사량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강조되면서다.

 

실제로 근육량이 부족할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감량 이후 요요를 막기 위해서도 근육 유지가 필수 요소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에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치료제의 확산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체중 감량 자체는 쉬워졌지만, 감량 과정에서 근육이 함께 줄어드는 문제도 동시에 부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Nutrients에 게재된 리뷰에 따르면 GLP-1 계열 치료를 통해 감소한 체중 중 약 25% 내외가 제지방 감소로 나타났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최대 30~40% 수준까지 보고됐다.

 

글로벌365mc인천병원 안재현 대표병원장은 “GLP-1이 직접적으로 근육을 줄인다기보다, 식욕 억제로 섭취량이 급감하면서 단백질과 에너지 공급이 부족해지고, 활동량까지 줄면 근육 감소가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육이 줄어들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같은 식사를 유지해도 잉여 열량이 늘어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감량 이후 요요가 반복되는 이유 역시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그는 “GLP-1 치료 중단 이후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사례는 감량 과정에서의 근 감소가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근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체중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의료계에서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 ▲주 2~4회 근력운동 ▲완만한 감량 속도를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다. 특히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1.6~2.2g 수준이 권장된다.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수면이 부족하면 근육 단백질 합성이 감소하고, 코르티솔 등 분해 호르몬이 증가해 근육 유지에 불리한 환경이 형성된다.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 역시 근감소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안 병원장은 “근육은 사용해야 유지되는 조직”이라며 “활동량이 줄어들수록 근육 단백질 합성이 둔화되고, 감량 과정에서 근손실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체중뿐 아니라 체지방과 근육의 비율을 함께 관리해야 감량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체성분 분석을 병행해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체중 감량과 동시에 체형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의료적 접근을 병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안 병원장은 “지방흡입 등 체형교정술은 복부 팔뚝 허벅지 얼굴 등 피하지방을 직접 제거하는 방식으로 근육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체중 감량만으로는 개선이 어려운 부위의 볼륨을 줄이고, 전체적인 체형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방세포를 직접 줄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약물 중단 이후 지방 재축적 가능성을 낮추는 데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스킨 타이트닝 시술을 병행하면 감량 이후 피부 탄력 저하를 보완하는 데에도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GLP-1 치료제와 시술을 병행할 경우 감량 속도와 시기, 체성분 상태를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며 “회복 상태에 따라 치료 계획을 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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