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이 길어지는 사회로 접어들면서 ‘세포 뱅킹’에 대한 접근 시점도 빨라지는 흐름이다. 단순히 오래 사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한 상태를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려는 관심이 커지면서다. 난자 냉동에서 먼저 나타난 조기 준비 흐름이 최근에는 지방줄기세포를 비롯한 세포 보관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국가통계와 OECD 자료를 종합하면 한국은 기대수명이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이지만, 자신의 건강 상태를 ‘나쁘다’ 또는 ‘매우 나쁘다’고 평가한 비율 역시 OECD 평균보다 높다. 수명 연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로 건강하게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늘릴지가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세포 보관 수요층의 연령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에 따르면 지방줄기세포 뱅킹 이용자의 평균 연령은 2025년 48.7세에서 2026년 1분기 46.5세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20·30대 비중은 26.6%에서 34.7%로 늘었다. 중장년층이 실제 건강관리 수요를 바탕으로 시장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젊은 층도 미래 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세포 확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난자 냉동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UCLA 연구에 따르면 선택적 난자 냉동 시행 건수는 2014년 4153건에서 2021년 1만6436건으로 증가했고, 시행 평균 연령은 36.0세에서 34.9세로 낮아졌다. 생애 설계와 건강 관리를 더 이른 시점부터 준비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세포 뱅킹 수요가 앞당겨지는 배경에는 ‘채취 시점이 곧 자산 가치’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예를 들어 지방줄기세포는 젊을 때 확보할수록 세포 활성도와 증식 능력 측면에서 유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방줄기세포는 복부나 허벅지 등에서 지방흡입으로 얻은 조직을 전문 공정을 거쳐 분리·보관한다. 난자 냉동 역시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진행할수록 확보 가능한 난자 수와 향후 활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이 꾸준히 언급돼 왔다.
김정은 강남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 대표원장은 “40·50대가 실제 건강관리 필요성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핵심 수요층이라면, 20·30대는 미래 활용 가능성을 더 일찍 고민하는 관심층”이라며 “생애 전반을 스스로 설계하려는 인식이 커지면서 세포 보관 시점도 함께 앞당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재의 얼굴, 피부, 몸 상태를 오래 유지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며 “세포 뱅킹은 노화가 진행된 뒤를 대비하는 개념이라기보다 미래의 몸 상태를 미리 준비하는 선제적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