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흔히 남는 에너지를 쌓아두는 저장고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 지방조직은 훨씬 더 적극적으로 몸과 소통한다. 지방세포는 에너지를 저장할 뿐 아니라 여러 생리활성 물질을 분비하며 식욕, 혈당 조절, 면역 반응, 염증 신호에도 관여한다. 비만이 단순히 체중이 늘어난 상태가 아니라 ‘대사 건강의 문제’로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심은 지방세포의 크기다. 체내에 쓰고 남은 에너지가 계속 들어오면 지방세포는 먼저 몸집을 키운다. 이 과정이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지방조직 안의 혈관과 산소 공급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지방조직의 저산소 상태는 세포 스트레스를 높이고,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출발점이 된다. 비만한 지방조직에서 저산소증, 염증, 섬유화가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된다는 연구도 보고돼 있다.
지방세포가 커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변으로 면역세포가 모인다. 대표적인 것이 대식세포다. 대식세포는 원래 손상된 조직이나 세포를 처리하는 역할을 하지만, 비만 상태에서는 지방조직 안에 과도하게 축적되며 염증성 물질을 분비할 수 있다. 이때 나타나는 염증은 상처가 났을 때처럼 붓고 아픈 급성 염증과 다르다. 몸속에서 낮은 강도로 오래 이어지는 ‘만성 저강도 염증’에 가깝다. 비만한 지방조직에서 대식세포가 늘고, 이런 저강도 염증이 인슐린 저항성과 연결된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다뤄져 왔다.
지방조직이 염증성 환경으로 바뀌면 혈당 조절에도 부담이 생긴다. 염증성 신호가 지속되면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워지고,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는 과정이 둔해질 수 있다. 이것이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길어지면 혈당 조절 이상, 지방간,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위험과도 연결될 수 있다. 비만 관련 만성 염증이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 위험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의학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때 중요한 물질이 아디포카인이다. 아디포카인은 지방세포가 분비하는 생리활성 물질을 말한다. 지방조직이 건강하게 작동할 때는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는 데 관여하지만,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커지면 염증성 아디포카인과 사이토카인 분비가 늘고, 반대로 대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신호는 줄어들 수 있다. 지방조직이 단순 저장고가 아니라 내분비 기관처럼 작동한다고 보는 이유다.
특히 뱃살이라고 불리는 복부지방은 더 세심하게 봐야 한다. 같은 체중이라도 지방이 어디에 몰려 있는지에 따라 건강 위험은 달라진다. 허벅지 얼굴 팔뚝 부위에 생기는 피하지방보다 복부 내장지방이 대사 이상과 더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성인 복부비만 기준을 허리둘레 남성 90㎝ 이상, 여성 85㎝ 이상으로 본다. BMI만으로는 지방의 위치와 대사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허리둘레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염증을 낮추기 위해 체중만 급하게 줄이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핵심은 지방세포가 다시 과도하게 커지지 않도록 생활 환경을 바꾸는 데 있다. 지방흡입, 지방추출주사 등 체형교정술은 특정 부위의 피하지방을 줄여 체형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수 있지만, 내장지방이나 대사 염증 자체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에너지 소비를 늘리고, 근력운동은 근육량 유지와 인슐린 감수성 개선에 도움을 준다.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하고 정제 탄수화물과 과음을 줄이는 식습관, 충분한 수면 역시 지방조직의 염증성 환경을 낮추는 데 중요하다.
글=박윤찬 부산365mc병원 지방줄기세포센터 병원장 정리=정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