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지방도 그렇다. 배를 손으로 움켜쥐었을 때 말랑하게 잡히는 살보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채 장기 주변에 쌓이는 지방이 건강에는 더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흔히 같은 ‘뱃살’로 부르지만 피부 아래 쌓이는 피하지방과 복부 깊숙한 곳에 자리 잡는 내장지방은 몸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손으로 잡히는 지방은 대개 피하지방이다. 피부 아래층에 자리해 복부, 팔뚝, 허벅지, 엉덩이 등에 분포한다. 반면 내장지방은 복강 안쪽, 간·장·췌장 같은 장기 주변에 쌓인다. 이 지방은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같은 대사 지표와 더 밀접하게 맞물릴 수 있어 관리가 중요하다.
이 같은 차이는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 국제학술지 ‘BMC 공중보건’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은 복부 지방의 총량 못지않게 지방이 어디에 쌓였는지가 심혈관질환 위험과 관련된다고 봤다. 연구진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인간 대상 관찰연구를 분석한 결과, 내장지방이 피하지방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일수록 심혈관질환 관련 위험 지표와 더 뚜렷한 관련성을 보인 연구가 많았다고 정리했다.
내장지방의 위험은 대사 건강에서 먼저 드러난다. 겉으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여도 몸속에서는 혈당, 중성지방, 혈압 같은 건강검진 수치가 흔들릴 수 있다. 그중 혈당 변화는 인슐린 작용과 밀접하다.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이동시키는 호르몬이다. 내장지방이 많아지면 염증성 신호와 지방산 흐름이 늘고, 간과 근육의 인슐린 반응이 둔해질 수 있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공복혈당이 오르고, 중성지방과 혈압까지 함께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인에게 내장지방 관리가 더 중요해진 배경에는 생활방식의 변화가 있다. 체중이 갑자기 많이 늘지 않아도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식사 시간이 불규칙해지며, 야식·음주·당분이 많은 음료 섭취가 반복되면 복부 안쪽에 지방이 쌓이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특히 내장지방은 단순한 과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늦은 저녁 식사, 잦은 회식,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 활동량 부족, 수면 부족이 겹치면 에너지를 쓰는 시간은 줄고 남는 에너지는 복부에 저장되기 쉽다. 겉으로 보기에는 체형 변화가 크지 않아도 허리둘레가 늘고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먼저 올라가는 일이 생기는 이유다.
뱃살을 제거하려고 지방흡입, 지방추출주사, 지방분해주사 등 체형교정술을 고민할 때도 이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방흡입은 얼굴, 팔뚝, 허벅지처럼 손으로 잡히는 피하지방층의 지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둔 체형교정 방법이다. 다이어트를 해도 특정 부위의 볼륨이 쉽게 줄지 않거나, 체중 변화에 비해 라인 변화가 더딘 경우 피하지방 분포를 고려해 접근할 수 있다.
반대로 내장지방은 지방흡입의 대상이 아니다. 장기 주변 깊숙한 곳에 쌓인 지방은 생활습관과 대사 상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혈당, 중성지방, 혈압 수치가 함께 흔들리는 경우라면 식단, 운동, 수면, 음주 습관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 지방흡입은 겉으로 드러나는 체형 고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내장지방 관리는 별도의 생활 관리가 필요하다.
글=365mc 강남 지방줄기세포센터 김정은 대표원장, 정리=정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