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지방이야기] 지방이 근육을 약하게 만들 수 있을까

지방과 근육은 서로 반대편에 있는 조직처럼 보인다. 지방은 줄여야 할 것, 근육은 키워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몸속에서는 두 조직이 대사적으로 깊게 연결돼 있다. 지방조직과 근육은 혈당, 염증, 호르몬, 에너지 대사를 사이에 두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최근 의학계에서 지방조직과 골격근의 관계가 주목받는 이유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근육도 그만큼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체중이 증가하면 몸을 지탱하기 위해 일부 근육량이 함께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근육의 양과 기능이 반드시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체지방이 과도하게 늘고 활동량이 줄면 근육 안팎의 대사 환경이 나빠지고, 근육의 힘과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상태를 ‘근감소성 비만’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근감소성 비만은 체지방이 많은 상태와 근육량 또는 근기능 저하가 함께 나타나는 상태를 뜻한다. 유럽임상영양대사학회와 유럽비만학회는 근감소성 비만을 과도한 지방과 낮은 근육량·근기능이 함께 있는 상태로 정의했다. 또 비만한 사람에서 근감소는 좌식생활, 지방조직 이상, 동반질환, 노화 과정과 관련된 대사 변화와 맞물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지방이 단순히 몸에 붙어 있는 무게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방조직은 여러 신호물질을 내보내는 생물학적 조직이다. 지방세포가 커지고 지방조직 안에 염증성 면역세포가 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 유리지방산, 아디포카인 분비 균형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변화는 근육세포의 인슐린 반응, 미토콘드리아 기능, 단백질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근육은 혈당을 처리하는 중요한 조직이다. 식사 후 혈액 속 포도당은 인슐린의 도움을 받아 근육과 간, 지방조직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체지방이 과도하게 늘고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 근육이 포도당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때 혈당이 쉽게 올라가고, 몸은 더 많은 인슐린을 요구하게 된다. 지방이 많아질수록 혈당 조절과 근육 대사가 함께 흔들릴 수 있는 배경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현상이 ‘근육 속 지방’이다. 지방은 피부 아래나 장기 주변에만 쌓이는 것이 아니다. 근육 사이와 근육 안에도 지방이 축적될 수 있다. 이를 근내 지방 또는 근지방 침착으로 부른다. 의학계에서는 지질 대사 이상과 근육 내 지방 축적이 염증, 산화스트레스, 인슐린 저항성,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과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근육 안에 지방이 늘면 근육량뿐 아니라 근육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지방과 근육이 주고받는 신호 자체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방조직과 골격근은 각각 신호물질을 분비하는 조직이다. 지방조직은 아디포카인을, 근육은 마이오카인을 내보내며 서로의 대사 상태에 영향을 준다. 여기에 세포외소포도 관여할 수 있다. 세포외소포는 세포가 밖으로 내보내는 작은 입자로, 단백질이나 RNA 같은 정보를 담아 다른 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지방조직이 근육에 대사 신호를 보내고, 근육도 지방조직에 신호를 되돌려 보내는 방식이다.

 

이런 설명은 다이어트를 단순히 체중 감량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체중계 숫자가 줄어도 근육이 함께 빠지면 건강한 감량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체중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허리둘레가 줄고 근력이 유지되면 몸의 대사 상태는 더 나아질 수 있다. 최근 비만 관리는 몸무게보다 체지방률, 근육량, 허리둘레, 혈당, 혈압 같은 지표를 함께 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흐름은 복부, 팔뚝, 허벅지 등 국소 체형 고민을 바라볼 때도 중요하다. 운동과 식이조절을 해도 특정 부위의 피하지방이 잘 남는 경우가 있다. 이때 지방흡입, 지방추출주사, 지방분해주사 같은 체형교정술이 선택지로 거론된다. 다만 이 시술들은 주로 피부 아래 피하지방을 줄여 라인을 조정하는 영역에 가깝다. 근감소성 비만이나 근육 약화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즉 지방을 줄일 때는 무엇을 줄이는지 구분해야 한다.  손으로 잡히는 피하지방은 체형 고민과 연결될 수 있다. 배 안쪽에 쌓인 내장지방은 혈당, 혈압, 지질대사와 더 밀접하게 맞물린다. 근육 속 지방은 근육의 질과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모두 지방이지만 관리 방향은 같지 않다.

 

체중 감량 과정에서도 근육 보존은 중요하다. 식사량만 크게 줄이면 체지방과 함께 근육량이 줄 수 있다. 특히 중장년층이나 활동량이 적은 사람은 체중은 빠졌지만 근력이 떨어지고 기초대사량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단백질 섭취, 근력운동, 유산소운동, 수면 관리를 함께 강조하는 이유다.

 

“살이 많으면 힘도 세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은 절반만 맞다.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근육 기능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지방이 많아지면 몸을 움직이는 부담은 커지지만, 근육의 질이 그만큼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도한 지방이 염증, 인슐린 저항성, 근육 내 지방 축적을 통해 근육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결국 지방이 근육을 약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의 답은 “그럴 수 있다”에 가깝다. 다만 지방이 근육을 직접 누르거나 파괴한다는 뜻은 아니다. 과도한 지방이 몸속 대사 환경을 바꾸고, 근육 안팎의 지방 축적과 염증 반응을 통해 근육의 질과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박윤찬 부산365mc병원 지방줄기세포센터 대표원장, 정리=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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