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체중관리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약물치료를 통해 이전보다 큰 폭의 체중 감량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면서 미용의료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체중감량 치료제가 확산된 이후에도 지방흡입이 주요 미용수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흡입 자체가 세계적으로 일제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체중을 줄이는 것과 특정 부위의 체형을 교정하는 것은 목적이 다르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지방흡입의 역할도 보다 분명해지는 모습이다.
미국성형외과학회(ASPS)가 발표한 2025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지방흡입은 미용수술 가운데 가장 많이 시행된 수술이었다. 여성에서는 179만여건으로 가장 많이 시행된 미용수술이었다.
비만치료제의 등장은 지방흡입을 대체하는 것보다 두 치료가 담당하는 영역을 구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LP-1 계열 약물은 식욕과 에너지 섭취를 조절해 전신적인 체중 감소를 돕는다. 반면 원하는 부위의 피하지방만 선택적으로 감소시키는 치료는 아니다. 지방흡입은 이와 달리 복부·팔뚝·허벅지·옆구리·이중턱 등 특정 부위의 지방을 제거해 윤곽을 조정하는 수술이다.
특히 큰 폭으로 체중을 감량한 뒤에도 지방 분포나 피부 처짐 등으로 이전과 다른 체형 고민을 경험할 수 있다. 최근 로이터도 미국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로 상당한 체중을 줄인 남성들이 남은 피부 처짐이나 체형 변화 등을 개선하기 위해 복부성형과 안면거상, 지방흡입 등의 미용의료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윤찬 부산365mc병원 지방줄기세포센터장은 “체중이 줄었다고 해서 복부나 팔뚝, 허벅지 등 모든 부위가 원하는 비율로 함께 변하는 것은 아니다”며 “체중 감량은 건강과 비만 관리의 영역이고, 지방흡입은 특정 부위의 피하지방과 전체적인 체형을 고려하는 수술이라는 점에서 접근 목적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적정 수준까지 체중을 감량했다면 특정 부위를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체중을 더 낮추기보다는 현재의 지방 분포와 근육, 골격, 피부 상태 등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용수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지방흡입이 꾸준히 논의되는 배경 중 하나다. 특히 해외에서는 유명인이 자신의 미용수술 경험과 회복 과정까지 직접 공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래퍼 카디 비는 지난 7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과거 두 차례 지방흡입을 받았다고 직접 밝혔다. 도자 캣 역시 2023년 허벅지와 엉덩이 주변 등에 지방흡입을 받았으며, 올해에는 당시 수술을 선택했던 이유와 이후 자신의 체형에 대한 생각을 공개적으로 설명했다.
가수 시아도 자신의 지방흡입 경험을 공개한 바 있다. 과거 유명인의 미용수술이 추측이나 루머의 영역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본인이 시술 여부와 선택 이유, 회복 경험을 직접 이야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유명인의 경험을 일반적인 치료 기준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체형과 건강 상태, 지방량, 원하는 결과가 사람마다 다르고 지방흡입 역시 수술인 만큼 개인별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박 센터장은 “유명인의 전후 사진이나 온라인 후기만 보고 같은 수술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같은 체중과 키라도 지방층의 두께와 근육량, 골격, 피부 탄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상담 단계에서 자신에게 가능한 변화와 한계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흡입을 둘러싼 의료기술도 달라지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단순히 더 많은 지방을 제거하는 데 있기보다 환자의 체형과 지방 분포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수술 과정의 위험요인을 사전에 평가하는 방향에 가깝다. 박 센터장이 참여해 2024년 국제학술지 ‘Aesthetic Plastic Surgery’에 발표한 다른 연구에서는 8년 동안 프로포폴과 케타민을 이용한 깊은 진정 아래 지방흡입을 받은 3094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호흡 문제로 마스크 환기가 필요했던 사례는 43건이었으며 대부분 마취 시작 후 첫 10분 이내 발생했다. 연구진은 수술 전 평가와 환자 선별, 마취 초기의 면밀한 호흡 관찰과 신속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최근에는 체형 데이터와 3D 분석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발전하고 있지만 기술만으로 안전성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지방흡입을 고려한다면 가격이나 수술 후 사진만 비교하기보다 의료진의 부위별 임상 경험과 수술 전 건강평가, 마취 및 모니터링 체계, 응급상황 대응 시스템과 사후관리까지 충분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