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고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 찾아왔지만 오히려 ‘몸이 무겁다’, ‘예전보다 쉽게 지친다’며 활력 저하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활동량 변화 등 원인은 다양하지만 평소 체중이 늘고 복부비만이 심해졌다면 몸속 지방조직의 변화도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방은 흔히 필요 이상으로 쌓이는 에너지 저장고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의학계에서는 지방조직을 호르몬과 여러 신호물질을 분비하고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하나의 대사기관으로 본다. 특히 비만이 지속되면서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커지면 지방조직 내부 환경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연구들을 보면 비만 상태에서는 비대해진 지방세포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으로 만성적인 저등급 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유리지방산이 증가하고 인슐린 저항성, 대사기능 저하와 연관되는 식이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과 산화스트레스 역시 비만에 따른 지방조직 기능 저하를 설명하는 주요 기전으로 연구되고 있다.
물론 ‘지방이 많으면 곧바로 체력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체력과 피로에는 근육량, 심폐기능, 수면, 영양 상태 등 여러 요소가 관여한다. 다만 비만을 단순히 체중계 숫자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방조직에서 일어나는 대사 변화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정상적인 지방조직은 남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이를 공급하면서 전신의 에너지 균형을 유지한다. 아디포넥틴과 같은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도 분비해 대사 조절에 관여한다.
문제는 지방조직이 과도하게 팽창할 때다.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고 조직 내 염증반응이 지속되면 지방이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는 이른바 ‘지방조직 기능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윤찬 부산365mc병원 지방줄기세포센터장에 따르면 최근 연구에서는 비만에 따른 지방조직의 염증과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서로 영향을 주며 전신 대사 이상과 연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특히 복부에 축적되는 내장지방과 피부 아래 자리하는 피하지방은 대사적 특성도 다르다”며 “같은 체중이라도 지방이 어느 부위에 얼마나 쌓였는지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 관리에서도 단순히 몸무게 몇 ㎏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식습관과 운동을 통해 전체적인 대사 건강을 개선하고, 체지방량과 분포를 함께 관리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지방조직 속에 존재하는 지방유래 줄기세포에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유래 줄기세포는 지방조직에서 얻을 수 있는 중간엽 줄기세포의 하나로, 여러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재생의학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되는 세포 자원이다.
흥미로운 점은 지방줄기세포 역시 주변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2026년 발표된 리뷰 연구에서는 비만으로 지방조직 내부의 만성 염증과 대사 이상이 지속될 경우 지방유래 줄기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산화스트레스 증가, 세포 노화 등이 나타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비만한 사람에게서 얻은 지방유래 줄기세포는 일부 연구에서 증식이나 분화 능력 등이 저하되는 양상을 보였다.
다만 이러한 연구 결과를 지방흡입의 건강 효과로 확대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 비만 치료의 기본은 식습관 개선과 규칙적인 운동 등 생활습관 관리다. 필요에 따라 전문의 판단 아래 약물치료 등 의학적 비만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박윤찬 센터장은 “지방흡입, 지방추출주사는 이와 목적이 다르다”며 “전신 체중을 줄이거나 비만에 따른 대사질환을 치료하기보다는 복부·허벅지·팔뚝·얼굴 등 특정 부위의 피하지방을 직접 제거해 체형을 교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지방을 줄여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했다면 최근에는 지방조직이 에너지 대사와 호르몬 분비에 관여하고 줄기세포까지 포함한 복합적인 조직이라는 연구가 활발하다”며 “비만 관리 역시 체중 숫자 하나만 보기보다 지방의 양과 분포, 전반적인 대사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