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확산…국내 항공·여행·면세점 업계 '빨간불'

여행사, 수수료 없이 환불 조치…호텔 등 잇단 예약 취소에 울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국내 항공, 유통, 관광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지나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뉴스1

[전경우·정희원·유은정 기자]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국내 항공, 유통, 관광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방역예산지원 및 경제영향 최소화 점검을 위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아직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나 정치권에서 ‘중국 여행객 입국 금지’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관광, 항공, 유통 등 유관 산업 관계자들은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패키지 여행을 취급하는 국내 대형 여행사들은 28일 이후 예약 취소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국내 주요 여행사들은 이번 주 출발하는 중국 여행 예약을 100% 일괄 취소하고, 수수료 없이 환불 조치하기로 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현재 취소 인원을 확인 중에 있고 내일쯤 정확한 확인이 가능할 듯하다”며 “취소자가 상당히 많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하나투어는 현재 취소료를 이달 31일 출발까지 면제해주고 있으나, 28일 오후 중에 2월 출발까지 다 면제해줄 것으로 공지 예정이다.

 

 항공업계는 중국 노선 승무원에게 마스크, 라텍스 장갑 착용 서비스를 지시하는 등 감염 확산 방지에 나서고 있지만 빠져나가는 수요에 대해서는 사실상 대책이 없는 상태다. 특히 중국 노선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 등 FSC(풀서비스 항공사)의 타격이 극심할 전망이다.

 

 에어서울은 28일 중국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과 제주 등 중국인들이 자주 찾는 지역 호텔들도 잇단 취소에 울상을 짓고 있다. 제주에서 중국인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한 한 호텔은 다음 달 내국인 예약이 약 15% 취소된 상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사드 이후 급감했던 중국인 여행객이 되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를 만났다”고 밝혔다.

 

 면세점 업계는 과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 때와는 달리 최근에는 중국 보따리상(다이궁)들이 많아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보면서도 사태 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중국 관광객 비중이 큰 롯데면세점은 우한 폐렴 확진자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상시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성형외과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예약 취소는 연휴 끝나고 첫날 오전이라 많지 않지만 ‘치료를 미루겠다’는 상담 문의 많이 들어와 있다”고 전했다.

 

 NH투자증권은 28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한 항공운송 업계의 타격이 2003년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한 악영향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연승 연구원은 “2003년 3월 기준 외국인 입국자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었으나 2019년 11월에는 중국인의 비중이 35% 수준”이라며 “작년 3분기 기준으로 중국 노선 매출의 비중은 아시아나항공 19%, 제주항공 15%, 대한항공 13%, 티웨이항공 4%”라며 “일차적으로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높은 항공사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kwjun@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