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농사 망친 생보사, 올해도 ‘우울’

IFRS17 대비 저축성보험 자제…수입보험료 감소세 지속
초저금리 시대 도래 전망…갈수록 심해지는 역마진 우려

자료=각 사. 그래픽=권소화 기자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작년 우울한 한 해를 보낸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실적도 부진할 전망이다.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로 수입보험료 감소세가 지속되는 데다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예상 역시 생보사 경영을 위협하고 있다.

 

12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생보사들의 작년 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생보업계 2위 한화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71억원에 불과해 전년(4465억원) 대비 87.2% 급감했다.

 

보험금 지급 증가,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에 의한 역마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변액보증준비금 부담 등 다양한 원인이 꼽힌다.

 

업계 1위 삼성생명도 같은 기간 당기순익이 1조7337억원에서 1조516억원으로 39.3% 줄었다. 다만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재작년 발생했던 일회성이익이 빠진 탓일 뿐”이라며 “이를 제외하면 순익이 오히려 695억원 늘었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은 2018년 삼성전자 지분 매각익 7515억원을 실현했었다.

 

이른바 ‘생보 빅3’ 중 교보생명만이 우호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교보생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689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1% 늘었다. 4분기에 다소 고전하더라도 연간 순익이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규 투자처 발굴로 운용자산이익률을 개선했다”며 “만기가 짧은 일부 채권 매각 역시 호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생보사뿐 아니라 중형 생보사들도 부진한 실적에 허덕이고 있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해 당기순익이 2715억원에 그쳐 전년(3113억원) 대비 12.8% 감소했다. 신한생명도 같은 기간 1310억원에서 1239억원으로 5.5% 축소됐다.

 

생보사들에게 더 답답한 부분은 올해에도 별로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2022년 도입될 예정인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성보험 영업을 자제하다보니 수입보험료가 줄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생보사 수입보험료는 52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 축소됐다. 2017년 수입보험료(114조원)가 전년 대비 4.9% 줄고 2018년에 다시 2.7% 감소하는 등 수입보험료 축소 흐름은 매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해 상반기 지급보험금(44조7000억원)이 5.9% 늘어나는 등 지급보험금 증가세는 계속되다보니 보험사 경영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생보사 보험영업현금흐름은 –427억원을 나타냈다. 보험영업현금흐름은 수입보험료에서 지급보험금와 사업비를 뺀 수치다. 보험영업현금흐름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IMF 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이후 20년만에 최초다.

 

장기 저금리 기조가 촉발시킨 역마진 우려도 생보사에 위협적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삼성생명의 역마진은 0.84%포인트, 한화생명의 역마진은 1.24%포인트로 상당한 금리차손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1% 혹은 그 이하까지 내려갈 거란 예상이 유력한 점이 생보사에 더 큰 부담이다.

 

모건스탠리, BNP파리바, 소시에떼제네랄(SG), 씨티,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스위스연방은행(UBS) 등 글로벌 IB들은 일제히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특히 메릴린치와 UBS는 올해 금리를 2번 내려 0%대 기준금리가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하는 곧 시중금리 하락으로 연결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낮아질수록 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도 떨어질 위험이 높다”며 “이는 곧 역마진 확대로 연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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