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랫폼과 보험사 그리고 고객DB

오명진 (주) 두리 대표

국내 최초 인터넷 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 카카오페이와 제휴해 고객의 보험가입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내 보험 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만 거치면 이용자의 보험가입 내역을 분석해주는 게 특징이다. 이후 가입내역을 바탕으로 부족한 보험이 있으면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상품을 추천해준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그 대가로 카카오페이에 상품광고 또는 플랫폼 사용의 명목으로 이용료를 지불한다. 

 

일각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난 사업이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쟁점은 신용정보집중기관이 보험사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개인정보를 제3자인 카카오페이에서 보여주고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원래 한국신용정보원으로부터 전달받은 고객의 보험가입 정보는 보험사만 활용할 수 있는 것인데, 제3자가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핀테크 기업 또는 GA(독립보험대리점)에 정보가 제공되는 것은 금지해 오다가 카카오페이라는 대형 플랫폼사에만 특혜가 제공된 거라는 지적이다.

 

단순히 한국신용정보원에서 보험사에만 제공하는 보험가입정보를 카카오페이에도 제공했다고 보면 규제를 어겼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이용자(보험계약자)의 동의를 얻어 카카오페이라는 플랫폼을 ‘내보험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 활용한 것에 불과하다. 이용자가 직접 신용정보원에 접속해 조회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며, 보다 더 쉽고 보기 편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도구를 활용해 들여다볼 수도 있는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플랫폼의 역할에 충실했으며, 교보라이프플래닛은 플랫폼에 사용료를 지불한 것일 뿐이다.

 

이는 편법도, 불법도 아니다. 금융당국이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지 않는 것 또한 특혜라는 측면보다, 규제할 근거가 명확치 않다는 것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현장의 소비자 니즈 변화도 기술의 속도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 시대엔 사업 과정에서 규제 사각지대인 이른바 ‘그레이존(Gray Zone)‘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세상의 변화와 소비자의 니즈보다 법과 규제는 항상 후행할 수밖에 없으며, 그레이존이 맞는 것이냐 틀린 것이냐의 판단은 결국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

 

문제가 있는 서비스는 결국엔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승차공유플랫폼 ‘타다’의 사례처럼 사법기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입법기관에서 맘먹고 업 자체를 막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혜택을 보고 있는 대다수의 소비자가 존재하고, 불법임을 명확히 제시할 근거가 없다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리스크를 감내하고 진행하는 것이다.

 

인터넷 보험사는 잠재고객을 직접 대면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의 영업이 불가능하다. 비단, 인터넷 보험사 뿐만 아닌, 기존 종합보험사의 TM(Tele-Marketing)과 CM(Cyber Marketing) 채널도 같은 고민이 존재한다. 결국, 해당 회사와 채널의 핵심 지표는 누가 더 효율적인 비용으로 최대 보험료를 납입해 줄 고객 DB를 획득할 수 있느냐의 경쟁이다. 그 과정에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소비자의 트랜드와 니즈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 가능한 플랫폼과 협업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결국 인터넷보험사 또는 디지털보험사의 고민은 고객 DB 유치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곧 인가를 앞두고 있는 카카오페이-삼성화재의 디지털보험사 또한, 철저히 플랫폼에 고객을 맡기는 대신 상품과 보상, 언더라이팅과 같은 보험 본연의 업무에서 혁신의 방안을 찾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오명진 두리 대표(보험계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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