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처럼 꼬인 항공업계 M&A...HDC현산,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하나

부채비율 6280%, 2019년 말 대비 4배 치솟아
HDC현산, 지난 4월 이후 M&A 무기한 연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완전자본잠식에 가까울 정도로 악화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포기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기 세계일보DB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항공사 인수합병(M&A)을 통한 항공업계 ‘새판 짜기’에 제동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여행수요 감소로 다수 항공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등의 M&A가 지연되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인수 대상 항공사의 재무 상태가 완전자본잠식에 가까울 만큼 악화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 포기설’까지 흘러나오는 등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는 지난 4월 이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27일 2조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1.5%를 확보하기로 하고 지난 4월 30일 지분 취득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식 취득일 바로 전날인 4월 29일 취득예정일자를 돌연 연기했다.

 

이에 대해 HDC현산 측은 러시아에서의 기업결합심사 등 선행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인수 의지엔 변함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완전자본잠식에 가까울 정도로 악화돼 M&A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끊이질 않는다.

 

◆매출 줄고 적자 늘고, 위기의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08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1분기 매출액은 1조1295억원으로 21.5%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5490억원에 달했다.

 

특히 자본총계가 지난해 말 기준 9082억원에서 지난 1분기 말 2102억원으로 급감, 자본잠식률이 81.2%로 완전자본잠식(자본금과 잉여금을 더한 값이 적자 상태)에 가까운 상태가 됐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항공사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받을 수 있고, 명령 이후에도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면허취소 검토 대상이 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도 HDC현산에게는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6280%로 2019년 말 기준 1387%보다 4배 이상 뛰었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했던 지난해 3분기 당시 660%보다 10배나 늘어난 수치다. 

 

◆‘승자의 저주’ 고민 깊어지는 HDC현산

 

HDC현산 입장에선 재무 상태가 악화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강행했다가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현산은 최근 37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준비하는 한편, 로펌 등을 통해 인수 포기시 이행보증금 2500억원의 반환 가능성 등을 따져보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HDC현산 측이 안정적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추가 지원과 유상증자를 통한 지분 확대 등 ‘당근책’을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단은 HDC현산의 인수 의지가 꺾일 것을 우려하면서 해외 기업결합심사 절차가 끝나는대로 인수 추진 의사를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선 여행수요가 회복돼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가 개선되기 시작해야 HDC현산이 실질적인 인수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밀어붙이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건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인천국제공항 등 주요 공항의 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 가능 횟수)이 포화 상태라 기존 사업자 인수를 통한 슬롯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노선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제주항공이 알짜 중국 노선 운수권을 확보한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이 지난달 29일로 예정됐던 이스타항공의 주식 취득대금 납입일을 무기한 연기한 것도 인수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 중인 HDC현산과 달리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을 기다리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항공은 진행 중인 해외기업결합심사가 마무리되면 남은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면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통해 현금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수가 계속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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