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합병도 등가 교환의 거래일 뿐이다

 

 김포에서 식품가공 법인을 경영하는 K씨는 최근 간편식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회사의 매출과 수익성 증대로 이어져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느낌이다. 최근 그는 법인의 가치가 더욱 커지기 전에 승계를 마무리하고자 방법을 알아 보고 있다. 그런 와중에 K씨는 한 컨설팅 회사로부터 자녀 명의 법인을 설립하고 자녀 법인을 성장시킨 후 승계 대상 법인을 합병하는 안을 제시받았다. 이는 효과적인 방안일까.

 

 세법에서는 요건을 갖춘 합병에 대해서는 법인세나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어, 합병이라는 거래에 대한 세제상 부담은 거의 없다. 거래의 부담이 없다는 것은 승계 대상 법인의 지배력을 합병을 통해 자녀가 확보 하는 데 세부담이 없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세부담 없는 승계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그러나 합병의 본질을 곱씹어보면 이와 같은 방안은 비상장 중소기업엔 소설에 가깝다. 합병은 두 법인이 화학적 결합을 통해 하나의 법인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며, 피합병법인은 소멸하고 두 법인을 합친 합병법인만이 남게 된다. 이 때 합병법인은 피합병법인의 주주에게 합병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게 되는데, 그 대가로 합병법인의 주식이나 금전을 지급하게 된다. 여기서 합병 과정에서 합병 대가가 가지는 의미가 궁금할 수 있다.  

 

 합병이라는 건 통상적으로 양 법인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뤄지는데, 합병으로 소멸하는 피합병법인의 주식은 합병후 휴지조각이 되므로 피합병법인의 주주들은 당연히 합병 대가를 요구하게 된다. 그러므로 합병시 합병법인은 피합병법인의 주주에게 합병 대가를 지급하게 되고 피합병법인의 주주는 반대급부로 주주총회 통과와 피합병법인의 주식을 내놓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승계에 적용시켜보자. 아버지 법인이 피합병법인이 되고 자녀 법인이 합병법인이 된다고 하면, 아버지는 승계 대상이었던 피합병법인의 주식을 내놓고 그 반대급부로 합병법인에게서 합병 대가를 받게 된다. 이를 상속세 관점에서 살펴보면 상속재산이었던 피합병법인의 주식이 사라져서 상속세가 감소할 것 같지만, 동일한 가치의 합병 대가를 받아서 다시 상속대상 재산이 증가하게 된 모양새다. 즉, 등가 교환에 해당하는 합병이라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아버지의 상속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거래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들 법인이 충분히 커지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생길 수 있지만, 아들 법인이 충분히 커지더라도 등가 교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아버지 법인의 가치만큼의 합병 대가를 지급하는 건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아들 법인이 수 백배 커진 후 합병하더라도 아버지의 상속세 과세표준은 변하지 않는다. 

 

 아버지 법인이 충분히 작아지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생길 수도 있다. 아버지 법인에 부동산이 없다면 가능할 수 있지만, 부동산이 있는 경우에는 비상장주식가치 평가 구조상 매년 결손을 발생시키지 않는 이상 아버지 법인이 감소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아버지 법인 가치를 인위적으로 감소시키고, 자녀 법인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대부분 증여 의제와 영업권의 무상 양도 등의 이슈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세무적 리스크를 제대로 알고 나면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비상장 중소기업들 오너들의 목적은 상속세 과세표준을 감소시키는 목적으로 합병이라는 방법을 승계에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기에 덧붙여 자녀에게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과정을 거친 합병에 대해 과세당국으로부터 과세된 사례가 있으므로 합병을 승계의 방식으로 사용하기에는 상당한 세무적 리스크도 부담해야 한다. 

 

<KB국민은행 중소기업고객부 최정욱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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