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같은 상품도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다르다

권강수 상가의신대표·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창업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인 상권과 입지조건, 상품의 가격 경쟁력 등을 두루 갖추었다고 해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내가 다루고 있는 상품을 잘못된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부분이다.

 

같은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상품 관리나 진열 방식에 따라 매출이 크게 차이 날 수 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두 생선가게를 예로 들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두 생선가게는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어느 한쪽의 입지가 떨어지거나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두 가게의 매출은 극명하게 갈린다. 상권과 입지조건, 상품 가격이 거의 유사함에도 매출의 차이가 큰 것이다.

 

원인은 바로 상품 진열에 있었다. 한 가게는 생선을 깔끔하게 관리하고 다른 가게는 평범하게 생선을 보관하고 판매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어느 쪽의 매출이 높을 지는 쉽게 예상이 가능하다.

 

일명 ‘깔끔한 생선가게’의 경우 생선을 유리판이나 투명 비닐로 덮어 벌레나 이물질로부터 상품을 보호하는 등 상품 관리에 공을 많이 들이는 모습이다. 또 생선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정물이나 비린내가 느껴지지 않아 더 깨끗한 인상을 준다.

 

이러다보니 이 집은 실제로 주 고객층인 동네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 그래서 퇴근 시간 무렵이면 대부분의 상품이 동나있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상품 관리에 공을 들이니 매출이 늘고 재고 또한 줄어드니 계속 새로운 상품을 공수할 여력까지 확보하게 됐다.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다고 보인다.

 

반면 깔끔한 생선가게 건너편에 위치한 생선가게는 파리가 돌아다니고 바닥이 패인 곳에는 생선 내장이 섞인 구정물이 고여 있다. 판매 환경이 그러하다보니 주변에는 유독 비린내도 많이 난다.

 

보통의 생선가게 분위기에 익숙한 연령대라면 생선가게의 위생 상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깔끔한 생선가게를 더 선호할 것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온 국민이 위생과 건강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코로나 시국이라면 가게를 운영하는 창업자의 태도와 의식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잣대가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더욱 똑똑해지고 있다. 특히 내 가족의 식탁에 오르는 상품을 가격이 저렴하고 양이 많다고 해서 위생관리가 소홀한 점포에서 구입하는 사람은 없다.

 

인터넷으로 식자재를 구입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신선식품 포장재 관련 주가가 상승했다는 기사는 단순히 포장사업의 확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점점 위생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고 아이스박스와 드라이아이스 등 신선식품의 위생을 책임지는 포장재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점포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좋은 상품이 첫 번째임은 분명하지만 좋은 상품을 소홀히 관리하면 상품의 가치와 점포의 경쟁력은 떨어진다. ‘생선가게가 원래 냄새가 나고 파리도 돌아 다닐 수 있지’라고 안주하기보다는 ‘기존 생선가게와는 차별되게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할거야’라고 생각해야 한다.

 

같은 상품이라도 보편적인 것에 만족하지 말고 끝없는 변화와 혁신을 모색해야 치열한 창업시장에서 보다 빠르게 성공할 수 있다.

 

권강수 상가의신대표·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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