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였던 ‘건설사 컨소시엄’… 조합들 손사래 이유는

단독시공 선호 분위기 짙어져… 1조 잭팟 신림1구역 시공사 재선정

서울의 한 재개발 공사 현장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건설사 컨소시엄에 거부감을 보이는 조합이 늘고 있다. 리스크 분담과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해 컨소시엄을 선호했던 건설사들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13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비사업 조합들 사이에서 컨소시엄이 아닌 단독시공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일선 건설사들이 난감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최근 컨소시엄 건으로 이슈가 됐던 사업지는 하반기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힌 신림1구역이다. 신림1구역 재개발은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808번지 일대 면적 22만4773㎡에 아파트 4300여 세대를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가 1조537억원에 이른다.

 

현장설명회에 10여개 건설사가 참여하며 치열한 수주전을 예고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GS건설·DL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만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자동 유찰됐다. 이에 조합은 재입찰 공고를 시공사를 재선정하려 했지만, 컨소시엄 형태를 거부하는 조합원들의 반발로 기존 입찰공고를 아예 취소하고 새로운 입찰을 공고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오는 25일 예정된 조합 대의원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다시 처음부터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컨소시엄 입장에선 재입찰만 되면 다행이겠지만 조합 측에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컨소시엄 불가’를 조건으로 내걸면 수주 전략을 원점부터 다시 짜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조합들이 건설사 컨소시엄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하자보수 책임 주체가 불분명한 것이 꼽힌다. 여러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하는 만큼 하자 발생시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피해가 입주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각 건설사가 보유한 기술력이 달라 단지마다 디자인이나 특화설계의 질이 차이나고, 브랜드의 통일성이 떨어져 향후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컨소시엄을 거부하는 이유다.

 

사업성이 높아 ‘황금 입지’로 꼽히는 강남 압구정, 서초 반포, 용산 등에선 아예 단독시공을 조건으로 내걸어 컨소시엄 구성을 차단했다. 사업비만 2조원에 달해 초대형 사업으로 꼽혔던 한남3구역의 경우 5816가구의 대단지에 공사 난이도가 높은 구릉지라 건설사들의 컨소시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조합원들의 반발로 현대건설이 단독수주했다.

 

시공사간 과열 경쟁으로 이슈가 됐던 서초구 반포3주구(1490가구, 공사비 8087억원)도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사업권을 따냈다. 올해 서울에서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이 이뤄지는 곳은 대우건설과 동부건설 컨소시엄을 이룬 노원구 상계2구역(2200가구, 공사비 4776억원) 뿐이다.

 

건설사들은 준공 후 발생하는 하자를 처리할 통합 AS센터를 운영하고, 조합원들이 단지명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컨소시엄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리모델링 부문에선 컨소시엄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지만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선 단독시공 선호 분위기가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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