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1주기…이재용의 ‘뉴삼성’ 속도 붙나

김부겸 국무총리(왼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진희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1주기를 맞아 ‘포스트 이건희’로 불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삼성’ 전략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재계에 따르면 25일 이건희 회장 타계 1주기를 맞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론이 강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뉴삼성’을 예고했지만,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뜻을 펼치지 못했다. 이어 지난 8월 가석방 출소된 이후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자제한 채 잠행을 이어왔다. 

 

 이건희 회장 1주기를 맞아 지배구조 개편, 신사업 투자, 노사관계 등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역대급 투자 결단이 기대된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다음 달 미국 출장길에 올라 그간 매듭짓지 못한 신규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 지역 확정에 나설 전망이다.

 

 올해 5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공식화한 170억 달러(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투자 계획은 인센티브 협상 등의 문제로 아직 최종 투자 지역이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지는 텍사스주 테일러시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과 인접해 있는 데다, 시 의회가 최근 삼성전자에 세제 혜택 등을 주는 지원 결의안을 최종 의결하며 공장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규 투자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출소한 지 11일만인 지난 8월 삼성은 오는 2023년까지 반도체·바이오 등 전략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은 향후 3년간 24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4만명을 직접 고용한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물론 시스템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고,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아울러 지난달 이 부회장이 직접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청년희망ON’ 프로젝트를 추진, 향후 3년간 3만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의 뉴삼성’ 시대를 맞아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드는 일도 과제로 떠오른다. 삼성전자와 주요 관계사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 방안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외부 용역을 맡긴 상태다. 이 용역은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삼성이 컨트롤타워를 새로 구성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기존의 미래전략실 역할과는 선을 긋되, 준법경영을 기반으로 사업 간 시너지 창출, 신사업 발굴 및 경영 논의 등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예측이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조직개편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산하 네트워크 사업부 매각설이 재차 불거진 가운데 대규모 구조조정설이 돌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재계에선 조직개편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모 행사는 코로나19 유행과 삼성그룹 안팎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유족과 사장단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조촐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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