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은행 점포…효율성 강화냐, 금융소외 심화냐

5년 새 은행 점포 수 1000곳 감소
비대면 금융활동 흐름 속 은행권 디지털 전환 영향
금융소외 최소화 노력 절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비대면채널을 통한 금융 활동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은행권의 영업점 폐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5년 새 문을 닫은 은행 점포는 1000곳에 이른다. 경영효율성 제고 및 디지털 흐름 대응 차원에서 점포 폐쇄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취약계층 등 금융소비자의 금융접근성이 나빠질 거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25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17개 시중은행, 지방은행 및 특수은행의 점포 수는 지난 2015년 7281개에서 올해 상반기 말 6326개로 꾸준히 줄고 있다.  약 5년 새 1000개가량의 은행 점포가 문을 닫은 셈이다. 

 

실제로 비대면 은행 채널의 이용비중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내놓은 ‘2020년 중 국내은행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인터넷뱅킹 등록고객 수(중복 합산)는 지난 2017년 1만 3505명에서 지난해 1만 7037명으로 26.2% 늘었다. 같은 기간 모바일뱅킹 이용자는 8974만 명에서 1만 3373만 명으로 3년 새 49.0% 증가했다.

 

지난해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을 통한 조회서비스 이용비중은 93.0%를 기록한 반면 창구의 비중은 고작 4.7%에 불과했다. 4년 전 출범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는 오프라인 점포 없이도 은행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은행들은 편의점, 우체국 등 이종 업종의 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하거나 점포 폐쇄를 통해 절감된 비용을 디지털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점포 다이어트’를 향한 우려도 적잖다. 고령층 등 금융소비자의 금융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는 데다 은행업 종사자의 고용이 위축될 거라는 이유에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정의연대는 이날 은행 점포폐쇄 중단 및 감독당국의 점포폐쇄 절차 개선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은행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며 “은행노동자의 고용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지역과 세대간 금융격차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점포 폐쇄에 따른 부작용 방지 방안이 없는 건 아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6월 ‘은행권 점포 폐쇄 공동절차’를 마련해 시행 중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점포 폐쇄 시 사전 영향평가 실시, 이동점포,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점포제휴 등 대체 수단 확보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은행권 자율규제안이라는 점은 한계다. 금융노조는 지난 3월 금감원이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은행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사전 영향평가를 의무화한 데 대해 “출장소 전환이나 ATM 운영 등 갖가지 대체수단을 허용한 게 오히려 점포 폐쇄를 더욱 부추기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hsoh@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