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주춤… 정부는 “안정 조짐” 시장선 “일시 현상”

9월부터 상승률 지속 하락… 홍남기 "시장 안정 기로"
매물 줄며 전셋값 상승… ‘전세의 월세화’ 가속 우려도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지속적인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 여파로 ‘패닉바잉(공황매수)’이 줄어든 결과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 기로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시장에선 일시적인 관망세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매물 감소와 대출 제한으로 인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거 불안감만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부동산업계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해 9월 이후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통계결과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9월 첫째 주 0.21%에서 넷째 주 0.19%, 10월 둘째 주 0.17%, 10월 셋째 주 0.17%를 기록했다. 수도권은 9월 첫째 주 0.40%, 9월 넷째 주 0.34%, 10월 둘째 주 0.32%, 10월 셋째 주 0.30%로 감소세를 보였다.

 

또 서울 아파트 실거래 중 가격 보합·하락 거래 비율은 올해 7월 26.1%, 8월 25.8%, 9월 28.8%에서 10월 셋째 주에는 38.4%로 늘었다.

 

정부는 이 같은 현상을 부동산 시장 안정의 시그널로 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주택시장은 8월 말 이후 주택공급조치 가시화, 금리 인상,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 일련의 조치로 인한 영향이 이어지면서 상승 추세가 주춤하고 시장심리 변화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는 모습”이라며 “지금은 부동산시장 안정의 중대한 기로”라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 안정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주택 공급 속도 제고, 부동산 관련 유동성 관리 강화, 시장교란 행위 근절 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은 최근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것은 대출 규제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로 볼 수 있는 ‘강남3구’ 등 핵심 입지의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결과 10월 셋째 주 기준 강남구(0.23→0.24%), 서초구(0.21→0.23%), 송파구(0.22→0.25%) 모두 지난주보다 상승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오히려 집값과 전셋값을 밀어올리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출로 주택 매매를 억제한다고 해서 주택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 데다, 1주택자의 갈아타기도 막히면서 매물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이동하면서 전셋값이 뛰고 전세난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문제는 전셋값을 잡지 못하면 정부가 기대하는 집값 안정은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세난을 회피하려는 수요가 중저가 아파트 매수로 돌아서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경기도 외곽 집값까지 뛸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대출 제한과 매물 감소에 따른 ‘거래절벽’ 등 요인이 겹치면서 무주택 서민층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매수요가 감소하면 일부 수요가 임대차로 옮겨가며 전세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 현재 전세대출 규제도 동반돼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월세화 현상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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