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생존전략은 ‘적과의 동침’…K-기업 경제 키워드 '코피티션'

글로벌 위기 넘을 해법 부상…경쟁기업과 협력으로 시너지
수소사업 분야서 가장 활발…현대차 등 15개사 협의체 구성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무한경쟁의 시대가 가고 협업경쟁의 시대가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경쟁기업과의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코피티션(Co-opetition, 협력형 경쟁)’이 K-기업들의 성장 밑거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왼쪽부터) 등이 지난 9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뉴시스

3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 아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수소 산업부터 플랫폼, 유통, 미래교통, 금융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인 코피티션에 나서고 있다. 

 

 코피티션은 협동(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로 기업 간 극단적인 경쟁으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최소화하고 자원의 공용화, 공동 연구개발(R&D) 등의 협력을 통해 ‘윈윈(Win-Win)’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성공전략이다. 배리 네일버프 예일대 교수와 아담 브랜던버거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사용한 경영학 언어로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경이나 업종, 규모를 벗어나 시장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누구와도 손을 잡는 코피티션 전략이 2022년 산업 및 금융계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피티션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수소 사업이다. 수소는 탄소중립과 이에 따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수소사업 관련 기술 연구개발과 인프라 및 밸류체인 구축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썩 여의치 않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인 철강·자동차·석유화학 등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유럽과 미국 등 탈탄소 선도국과의 기술 격차가 벌써 3~5년 이상 벌어져 신속한 저탄소 전환이 쉽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수소 등 친환경 부문에 ‘올인’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수소, 친환경 사업 부문에서 전방위적인 코피티션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기술 개발과 사업화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신사업의 확실성을 가능한 줄이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이다.

 

 올해 9월 공식 출범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국내 수소기업들의 코피티션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서밋은 현대자동차·SK·포스코·효성·한화·롯데·GS·현대중공업·코오롱·두산·이수그룹·일진·E1·고려아연·삼성물산 등 국내 수소경제를 주도하는 15개 기업이 모여 구성한 수소기업협의체다. 지난 3월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등 3개 그룹의 주도로 시작됐으며, 같은 해 6월 기업들은 국내 수소기업의 협의체인 ‘수소기업협의체’ 구성·출범을 9월에 공식화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은 바 있다.

 

 서밋은 ▲회원사 간 수소사업 협력 추진 ▲수소 관련 투자 촉진을 위한 글로벌 투자자 초청 인베스터데이 개최 ▲해외 수소 기술 및 파트너 공동 발굴수소 관련 정책 제안 및 글로벌 수소 아젠다 주도 등을 통해 수소경제 확산 및 수소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수소 부문 코피티션을 위해 막대한 양의 예산도 투입한다. 현대차와 SK, 포스코, 한화, 효성 등 5개 그룹사는 2030년까지 43조원을 수소경제에 투자할 계획이다. SK는 대규모 액화플랜트 구축과 연료전지발전소 등에 18조5000억원을, 현대차는 수소차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 충전소 설치 등에 1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또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개발 등에 10조원, 한화는 그린수소 생산 등에 1조3000억원, 효성은 액화 수소플랜트 구축과 액화 충전소 보급 등에 1조2000억원을 각각 투입할 방침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산업계는 기업들의 수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코피티션을 활성화하려면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수소 사업을 위한 첫 단추인 수소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국회에 수소경제 육성을 위한 입법을 촉구하는 기업들의 호소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이산화탄소 포집·제거, 수소 연료전지 및 수소차 개발, 수소 플랜트·충전소 건설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지만,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미약하다”며 “정부의 지원이 불투명하면 기업들의 수소 사업 지원 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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