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신년사 화두는 ‘디지털·미래·조직유연성’

친환경·미래기술 신사업 확대, 유연한 조직문화 정착 등 강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올 한해 국내 경제를 이끌어 갈 각 그룹사 수장들이 새해를 맞아 확고한 혁신 의지를 밝히며 산업계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의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과감한 디지털·친환경 사업 부문 확대와 고객경험 중시, 유연한 조직문화 정착 등을 특히 강조하고 나섰다.

 

2014년까지 신년하례식을 했던 삼성은 2015년부터 계열사별 시무식만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명의의 신년사는 내놓지 않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은 공동명의 신년사를 통해 새해 화두로 고객 우선, 수용의 문화, ESG 선도 등을 제시했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개인의 창의성이 존중받고 누구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민첩한 문화로 바꾸어 가자”며 “고객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하고 최고의 고객 경험(CX)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새해 메시지에서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으로 실현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며 “고객이 신뢰하는 ‘친환경 톱 티어 브랜드’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원천기술을 확보해 자율주행, 로보틱스,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미래사업 영역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미래 저탄소 친환경 사업을 선도할 것”이라며 “새해에도 위대한 도전 정신으로 미래를 앞서가는 ‘새로운 시간의 프런티어(개척자)’가 되자”고 독려했다.

 

이례적으로 신년사를 열흘 일찍 발표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과감한 고객 경험 혁신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고객이 감동할 사용 경험을 지속해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도 여기에 맞게 혁신해 가야 한다”고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우리 조직에는 어떤 인재라도 따뜻하게 포용할 수 있는 개방성이 필요하다”며 “다양성은 우리의 경쟁력이며 도전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친환경 미래소재를 기반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발전해 나가겠다”며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선진 경영관리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친환경 미래소재 전문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업별 전문성 강화와 시너지 창출로 친환경 성장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은 김승연 한화 회장은 "유망기술과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계속돼야 한다"며 "항공우주, 그린 에너지, 디지털 금융과 같은 미래산업은 단기간 내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확신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2021년은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조직이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운 한 해였다”면서 “2022년 새해, 내외부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고객의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조직문화를 더욱 확산시켜 나가자”고 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신년 인사에서 "산업의 패러다임은 디지털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AI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자동화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적극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제조업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그룹의 목표로 ‘제2의 월마트’, ‘제2의 아마존’이 아닌 ‘제1의 신세계’를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로의 온전한 피보팅만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승자가 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며 “온·오프라인 모든 일상을 신세계에서 해결 가능한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해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년사에선 유통 부문 경쟁사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똑같이 아이스하키 선수인 웨인 그레츠키의 말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신세계와 백화점 부문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찾는 ‘발견’과 내·외부 협력으로 가치의 합을 키우는 ‘연결’의 노력을 통해 ‘비전2030’에 담긴 성장 스토리를 함께 써나가자”고 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컬처(문화), 플랫폼, 웰니스(치유), 서스테이너빌러티(지속가능성) 등 4대 성장 엔진에 혁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M&A(인수합병) 등을 철저히 실행하고 미래 트렌드와 기술에 부합하는 신사업을 지속해서 발굴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2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함께 대한항공이 글로벌 메가 캐리어(대형 항공사)로 나아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 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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