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호 코로나 백신 탄생…최종현·최태원 ‘35년 집념’ 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7년 SK바이오팜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 방문해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 등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SK

[김진희 기자] SK그룹이 코로나19 백신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또 하나의 ‘K 바이오’ 역사를 만들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최종 획득한 것. 이로써 SK는 ‘국산 1호 코로나 백신’의 주인공이 됐다.

 

 30일 SK에 따르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지 35년만에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이오 주권을 확보, 사업보국을 하겠다’는 SK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집념이 있었다.

 

◆최종현 선대회장, SK에 바이오 씨앗 뿌려

 

 SK는 1980년대 주력사업인 섬유산업을 대체할 성장동력을 고민하던 중 바이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섬유를 만들 때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식이 제약품 제조 방식과 유사하고, 때마침 해외 섬유기업도 생명과학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흐름을 감안해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서울대와 미국에서 화학을 공부했던 최종현 선대회장의 이력도 한 몫을 했다.

 

  최 선대회장은 1987년 선경인더스트리 산하에 생명과학연구실을 설립한 뒤 합성신약·천연물신약·제제·바이오 등 4개 분야로 나눠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실은 1989년 연구소로 확대된 뒤 위암치료 신약을 1호 과제로 삼고, 1999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 신약인 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 ‘선플라’ 개발에 성공했다. 신약은 화합물을 합성해 기존에 없던 약을 제조한 것으로, SK가 10년 연구에 당시로선 막대한 금액인 81억원을 투입해 얻은 쾌거였다.

 

 선대회장은 미국 뉴저지와 대덕에도 연구소를 설립한 뒤 글로벌 신약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P프로젝트’를 시작했다. Pharmaceutical(제약)의 첫 음절을 딴 이 프로젝트는 현재 SK바이오팜의 출발점이 됐다. 앞서 선경인더스트리에 설립된 생명과학연구소는 바이오와 백신, 제제 분야로 특화된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의 모태가 됐다.

 

◆최태원 회장·최창원 부회장, 신약개발 주도

 

 최태원 SK회장과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선대회장의 바이오 사업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선플라 이후 SK는 2001년 국내 1호 천연물 신약인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 2007년 발기부전 치료 신약 ‘엠빅스’를 개발하면서 국내 35개 합성신약 중 2개를 보유한 기업이 됐다.

 

 SK의 백신 기술은 최창원 부회장이 가세하면서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부회장은 2006년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프리미엄 백신개발을 위한 ‘스카이박스(SKYVAX)’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경북 안동에 백신공장을 설립했다. 그 결과 2016년 세계 최초로 세포를 배양,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 개발에 성공했다.

 

  최 부회장이 백신에 집중했다면 최태원 회장은 신약 개발에 주력했다. 최 회장은 SK바이오팜을 설립, 2019년 수면장애 신약 ‘수노사’와 뇌전증신약 ‘엑스코프리’ 등 신약 2개를 개발, 미 FDA 승인을 받아냈다. 국내 기업 중 신약후보 물질 발굴과 임상, 미 FDA 승인, 마케팅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신약을 보유한 기업은 SK가 유일하다.

 

 

◆SK, 바이오 분야에 향후 5년간 6조원 투자

 

 최 회장은 지난 2002년 “바이오 사업을 육성해 2030년 이후에는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장기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따라 SK는 바이오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SK팜테코 등을 설립하고, 각각 신약과 백신·제제·의약품 위탁생산에 주력 중이다.

 

 SK 관계자는 “바이오 관련 분야에 향후 5년간 최소 6조원 이상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라며 “향후 SK발 K-바이오 스토리는 더 많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pur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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