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

 최근 미국과 중국 간 첨단산업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018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촉발된 양국 간 줄다리기는 2020년 1단계 무역 합의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산업 주도권 선점을 위한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과 기술적 경쟁 우위 확보 전략은 우방국 중심의 협의체 구축 및 산업육성 정책을 통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추진한 반도체와 과학법(Semiconductors(CHIPS) and Science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The 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에는 국가 경쟁력이 첨단산업과 기술에 의해 좌우된다는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반도체와 과학법은 반도체, 인공지능, 통신, 로봇, 바이오 등 10대 첨단 핵심기술 분야에 총 28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골자다. 이중 반도체 부문은 설비 및 장비투자 25% 세액공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관련 혜택을 받은 기업은 중국 등 비우호국가에 대한 신설투자가 10년간 금지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지난달 7일 자국 기업의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 대상 첨단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한 장비 수입에 대해서 1년간 유예 조치가 취해진 점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약 40%(홍콩, 대만 제외)에 이른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 중장기적인 전략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역시 미국산 전기차 세액공제 내용을 뜯어보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미국 밖에서 생산하거나 중국산 광물 및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는 대당 7500만 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이 없다. 향후 북미산을 포함해야 하는 광물 조건은 2027년 80%, 배터리 부품 조건은 2029년 100%까지 상향 조정된다는 점은 국내 기업들에게 분명 부담 요인이다. 중국은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생산에 필요 광물을 60~80% 이상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핵심 광물 수입선 다변화 등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 이면에는 첨단산업 기술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기술 우위 속 중국의 기술개발 역량 강화가 지속되면서 양국 간 기술격차가 축소됐다. 한국의 중점과학기술 항목으로 평가한 자료(KISTEP)에 의하면 미국과 중국의 전자정보통신(빅데이터·디스플레이·네트워크·반도체 기술 등) 부문 기술격차는 2014년 4.5년에서 2020년 1.6년까지 축소된 흐름이다. 이는 중국이 R&D 투자에 대한 역량을 집중하면서 기술 수준을 빠르게 향상시킨 것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R&D 지출 규모(PPP 달러 기준)는 2000년 2695억 달러에서 2020년 7209억 달러까지 2.7배 증가한 반면 중국은 동기간 329억 달러에서 5828억 달러로 17.7배 증가했다.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양국 간 패권 경쟁도 갈등을 촉발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의 중국 공급망 차단 전략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국, 대만과의 갈등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는 대만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국가로 세계시장을 약 64%(TrendForce) 이상 점유하며 주요 반도체 공급처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 작용한 결과다.

 

 근본적으로는 2001년 WTO 가입 이후 중국경제의 빠른 성장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속내가 크다. 지난 2000년 글로벌 GDP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0.1%, 3.5%에 불과했지만 2022년 24.7%, 18.0%까지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은 미국을 위협할 만큼 증가했다.

 

 OECD의 국제산업연관표를 활용한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미중 갈등이 확대되면서 중국에 대한 수출 제재가 전산업에서 이뤄졌을 경우 미국의 부가가치 감소액이 1474억 달러로 가장 크고 다음으로 한국이 1144억 달러로 분석돼 일본 1098억 달러, 대만 578억 달러 보다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전기전자, 통신장비제조 등 전략산업 부문에 대한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가 이뤄진다면 한국의 부가가치 감소는 601억 달러에 달해 대만 333억 달러, 일본 250억 달러, 미국 129억 달러에 비해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GDP 대비 비중으로도 대만 5.5%, 한국 3.5%, 일본 0.5%, 미국 0.1% 순이다.

 

 우리나라 첨단산업의 공급망은 미국,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세계시장에서 미국, 중국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경제성장 및 산업경쟁력에 직결되기에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의 연구개발, 시설투자 등을 위한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전략 품목 및 핵심기술에 대한 보호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첨단산업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R&D 투자, 실증센터 확대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꾀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첨단산업 육성 등 경제 구조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