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를 맞이하는 기업의 자세

김형석 팀윙크 대표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급격하게 혹한기에 접어들었다. 금리인상 기조와 레고랜드발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은 벤처 업계의 투자 위축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은 474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0.6% 감소했다. 같은 달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액은 220억달러(한화 약 27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투자액인 700억달러 대비 70% 급감했다.

 

스타트업들은 투자 감소로 인해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게 됐다. 특히 시리즈A, B에 접어든, 더 큰 성장이 필요한 플랫폼 기업들은 ‘캐시버닝(과도한 출혈 경쟁)’에 집중하면서 투자금이 끊기자 위기를 맞는 상황이 됐다. 유동성에 취약한 구조로 사업을 해온 플랫폼 기업들은 최근 들어 기업공개(IPO) 철회, 기업가치 하락, 후속 투자 연기, 법정 관리 및 매각 등 위기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실패가 후발 스타트업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금융위기는 또다른 기회의 시기임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닷컴버블 이후 아마존, 구글이 시장에 화려하게 급부상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에어비엔비, 우버 등이 성공모델을 만들었다. 국내 기업들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버리고 도전적인 시장 전략을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 스타트업만이 아니라 모든 기업이 스타트업의 생존 방식을 익혀야 한다.

 

 어려운 시장 상황임에도 다행인 점은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 기회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미 다른 기업이 선점한 유사한 업종보다 새로운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발굴하는 게 좋다. 자금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은 기술 내재화보다 옥석 같은 스타트업, 기술기업에 투자를 통해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시장이 어려울 때일 수록 스타트업 기업 가치는 낮게 평가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기업에 투자하여 전략적 성과와 재무적 성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버티기 전략으로 혹한기를 이겨내자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버티기 전략으로 시간을 보내면 성장의 원동력이 약해진다. 스타트업은 생존에 집중해야겠지만 중견기업 이상의 큰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성장의 기반을 만들어야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다. 플랫폼 스타트업의 캐시버닝 전략은 실패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전략보다 실행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의 문제해결 방식은 적극적으로 벤치마크해야 한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 상황에서 성장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략 수립에 시간 투자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실행하고 시장 검증과 개선을 반복하며 성공 확률을 높혀야 한다. 과거에는 PDS(Plan-Do-See), 실행 중심의 혁신 등으로 불리던 것들이 애자일이라고 바뀌었을 뿐 본질은 같다. 중요한 건 빠른 실행과 회고다. 실행한 방향이 맞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개선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스타트업은 전통기업의 경영관리 방식을 도입하는 게 도움이 된다. 시스템화, 유동성관리, 세밀한 자금집행 등을 통해 생존 기간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성공에 정답은 없다. ‘남들이 이렇게 하니까 된다더라’는 건 그저 남들의 이야기다. 나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성공을 찾아야 한다. 추운 겨울이지만, 작은 사무실에서 밤새 고객의 문제해결에 몰입하며 성공으로 한 걸음씩 나가고 있을 스타트업에 응원을 보낸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온다.

 

<김형석 팀윙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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