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韓경제 미래 위해 ‘수출 체질 개선’ 고민해야

법무법인(유)지평 기업경영연구소 정민 수석연구위원

 세계 경제가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12일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전망에서는 ‘2023년 세계 경제가 험난한 회복세(Rocky Recovery)’를 전망했다. 2022년부터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 불안 요인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실리콘밸리 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사태 등 금융 불안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수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반도체 등 주력 품목 수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무역수지가 13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수출액이 1515.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6% 감소하면서 수입액 1739.9억 달러를 넘어서지 못했다. 무역수지가 1년 넘게 적자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경제의 둔화와 반도체 경기 급랭, 에너지 가격 급등 등 여파라고 하지만 장기간의 무역 적자는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신호임이 분명하다. 무역의존도가 80%대 육박하는 한국경제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특정 품목과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구조적 문제다.

 

 최대 수출국이자 무역수지 최대 흑자국이던 대중국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또 한때 한국 전체 수출의 24%를 책임지던 반도체가 2023년 3월 현재 약 16%까지 위축됐다. 향후 수출 경기는 반도체 등 IT 경기와 중국 경제의 회복 시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도체 수출의 선행지표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해 12월을 저점으로 통과했으나 회복 시점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되나 중국의 반도체 수요 감소, 미국과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대중 무역 적자가 당분간 해소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우리는 세계 무역 구조적 전환점에 서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던 한국으로선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고 나면 대중 수출이 위축될뿐더러 우리의 주력 제품을 두고 중국과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생산 및 물류 차질로 공급망 위기 속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패러다임 변화가 도래하고 있다. 우리가 경험했듯이 특정 품목과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위기로 겪을 수밖에 없다.

 

 주요 선진국은 경제·산업 안보 관점에 산업 보호정책(Protection policy), 산업 촉진정책(Promotion policy)을 과학기술정책과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공급망의 취약성 개선, 자국 산업의 역량 강화, 해외 공급업체 의존도 낮추기 등을 통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각국의 자체 공급망 구축은 현재 생산효율에 기반해 비교우위에 있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도전받게 될 공산이 크다.

 

 또 탈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방국 중심의 블록경제가 형성되고, 반도체 동맹을 시작으로 국가가 어떤 전략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국가 안보와 동맹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정학(Tech-Politics)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품목과 국가에 대한 높은 집중도는 큰 충격이 될 것이다.

 

 전략 경영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고르 앤소프’ 교수가 발간한 ‘전략경영’에서 기업의 포지션과 역량은 환경에 맞춰 정합돼야 하고 이것이 어긋나면 실패의 원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재편되는 글로벌 무역구조 환경에 맞춰 우리 산업 경쟁력과 수출 역량, 포지션닝 전략을 정합해야 한다. 따라서 초격차 기술개발 등 혁신을 바탕으로 한국 산업구조 고도화와 새로운 수출 주력산업 육성 등을 통한 수출 품목 다양화,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이 절실할 때다.

 

<법무법인(유)지평 기업경영연구소 정민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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