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실질 소득 증가율 7년 만에 최처치… 적자 가구도↑

소비지출 비목별 구성비. 통계청 제공

 

 소득 증가가 물가 오름세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우리나라 올해 1분기 실질 소득이 7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더불어 적자 가구 비중도 증가했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한 수치이며, 3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그러나 근로소득(329만1000원) 부문에서 -1.1%를 기록하면서, 전체 가계 소득은 전 분기(3.9%) 대비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통계청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대기업들이 성과급을 미지급하거나, 크게 줄이면서 근로 소득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소득 증가가 둔화한 반면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가계 실질소득은 감소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소득은 1.6% 줄었다. 1분기 기준으로 2017년(-2.5%) 이후 7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고물가는 지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계지출은 398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5% 증가했다. 고물가의 영향이 컸다. 가계지출은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로 나뉘는데, 소비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총 290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0% 증가한 수치다. 세부 내용으로 식료품·비주류음료(7.2%), 음식·숙박(5.8%), 오락 문화(9.7%) 등에서 지출이 증가했다. 항목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가계의 밥상에 직결되는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은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이 평균 40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늘었다. 이 중 특히 과일 및 채소 등이 가격 인상으로 18.7% 증가했고, 채소 및 채소 가공품이 10.1%, 유제품 및 알이 9.9%, 당류 및 과자류가 9.3% 지출이 늘었다. 

 

 음식·숙박 지출은 42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외식 등 식사비(6.0%)와 호텔 콘도 등 숙박비(2.2%)에서 지출 늘었다. 오락·문화 지출은 21만3000원으로 9.7% 증가했다. 국내외 여행 등 단체여행비는 53.8%나 증가했지만 문화서비스와 운동 및 오락서비스가 각각 11.0%, 3.9% 감소했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07만6000원으로 1.2%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은 가구 또는 비영리단체 등으로 대가 없이 이전하는 지출로 조세, 연금기여금, 사회보험, 이자비용, 가구간이전 등이 해당된다. 세부적으로 경상조세(-6.5%) 지출은 줄었으나, 이자비용이 11.2%, 비영리단체로 이전 지출이 7.9% 증가했다.

 

  눈여겨 볼 부분은 실질 소비 지출 증가율이다. 1분기 0.0%를 기록했다. 즉 가계 소비 지출이 크게 증가했지만, 소비 규모는 그대로였다는 뜻이다. 1분기 실질 소비 지출 증가율 0.0%는 같은 분기 기준으로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 같은 흐름은 적자가구에도 영향을 미쳤다. 적자 가구 비율이란 조세, 연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은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올 1분기 1분위 적자가구 비중은 60.3%로 전년 동기 대비 2.0%포인트 줄었으나, 지난해 4분기 대비 4.0%p 늘어났다. 적자가구 비중은 2분위 28.9%, 3분위 17.1%, 4분위 18.2%, 5분위 9.4% 등이다.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5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고, 처분가능소득은 95만5000원으로 11.2% 늘었다. 반면, 소비지출은 131만2000원으로 8.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저소득과 고소득의 소득 분배는 개선된 것으로 보이나, 적자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고물가로 힘들어하는 서민들이 더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물가의 영향으로 1분위와 5분위의 소비지출이 소폭 감소했다고 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지난해 소비지출 증가율이 높아서 발생한 기저효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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