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기업 SNS 활용의 옳은 예와 나쁜 예

 지피지기 백전불태.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중국의 고전 ‘손자병법’에서 유래된 말인데, 요즘 시대에도 적용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만약 천신만고 끝에 출시한 신제품을 성공시켜야 하는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라면 어떨까. 하루에도 수십, 수백가지 제품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묻히지 않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고안할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은 필수 요소가 됐다. SNS는 각 기업이 공들이고 있는 MZ세대가 모여 있는 곳으로,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반응을 점쳐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입소문을 타고 단종 위기였던 상품이 단숨에 화제의 상품으로 등극하는 일이 발생하는 곳도 SNS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공식 계정이 없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고, 글로벌 시장에 특화된 기업의 경우 틱톡까지 활용하는 모습이다. 각 플랫폼은 특화된 분야와 이용자들의 특성이 다른데, 최근 이를 간과했다가 소통은커녕 미운 털이 박힌 기업들이 많다.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섰던 LG생활건강의 풋 샴푸 브랜드 ‘발을 씻자’를 빼놓을 수 없다. 발을 씻자는 X(옛 트위터)에서 공식 계정을 운영하며 유머러스한 콘텐츠와 소통으로 호감을 샀다. X 이용자들이 올린 후기에 재치 있게 반응한 게시글이 수천, 수만 건씩 공유되며 제품 인지도를 키우는 효과를 톡톡히 냈다. K팝, 뷰티, 반려동물 등 다양한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인 익명의 이용자들이 활동하는 X의 특성을 100% 활용한 옳은 예로 보였다.

 

 최근 들어 발을 씻자는 X에서 인지도가 높은 한 인플루언서에게 제품 광고를 맡기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X를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성 누리꾼들이 해당 인플루언서의 성향을 문제 삼아 광고를 맡긴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키 160 이하 남성은 인간적으로 소개팅 받지 맙시다’라는 발언에 특히 불쾌감을 나타냈다.

 

 LG생활건강은 이와 관련한 한 누리꾼의 문의에 우는 표시를 나타내는 ‘ㅠ’를 덧붙이며 ‘젠더 갈등을 유발하려는 어떤 의도도 없으며, 해당 인플루언서가 남혐 언급을 하는 인물인지 사전 인지가 되지 못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또한 해당 광고 글을 삭제 처리했으며, 향후 커뮤니케이션에 해당 건과 같은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발을 씻자 X 계정에는 사과하려는 대상이 불분명한 사과문이 게시됐다. 이로 인해 여성과 남성 소비자 모두 재차 피드백을 요구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스스로 ‘피드백 지옥’에 들어간 셈이다.

 

 발을 씻자 계정에 호감을 가졌던 X 이용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7만명대였던 구독자는 현재 4만4000명대로 떨어졌다. 지난 12일 사과문을 게시한 이후로 활동도 전무하다.

 

 최근에는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도 X에서 별안간 콘셉트를 바꿔 소통하다가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한 X 이용자가 GS25의 마라샹궈 간편식 제품을 추천한 글이 화제가 되자, 이를 인용하면서 ‘ㅇㅋ 추가 생산 넣으라는 뜻이지?’라며 반말로 소통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젠더 갈등의 시작점인 ‘집게 손가락’ 이슈를 발생시킨 GS25였던 터라 반응은 더욱 냉담했다. GS25는 이후 해당 제품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햇반이랑 같이 먹으면 그냥 막 싹싹김치’라는 글을 남겼는데, 해당 용어가 일베에서 유래했다는 오해까지 사며 곤욕을 치렀다. GS25의 X 계정 역시 이날 이후 잠잠하다.

 

 최근 유통업계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화장품, 생활용품, 이커머스, 백화점 등 업종을 막론하고 소비자의 관심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더 잘되고 싶어서 SNS를 시작했다가 오히려 뭇매를 맞고 경쟁사에 반사이익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지피지기의 중요성을 또 한번 깨닫는다. 각 기업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해 SNS 활용의 나쁜 예를 초래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본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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