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 세계에서 자산 10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억만장자 수가 3000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위스 UBS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억만장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 세계 억만장자 수는 291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8.8% 증가한 수치다. 이들이 보유한 총자산은 15조8000억 달러로, 1년 전 14조 달러에서 13% 늘었다.
올해 새롭게 억만장자에 오른 인물은 287명으로, 팬데믹 시기 대규모 경기부양과 초저금리가 겹쳤던 2021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UBS는 기업가 활동뿐 아니라 상속을 통한 부의 이전이 억만장자 증가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존 매튜스 UBS 미국 프라이빗웰스 대표는 “부의 대이전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장기간 예고돼 온 자산 이전이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단기적인 시장 급락을 제외하면, 최근 12개월간 금융자산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였다고 전했다.
올해 새로 억만장자 명단에 포함된 자수성가형 인물로는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설립자 벤 램, 스톤픽 파트너스 공동창업자 마이클 도렐, 중국 버블티·아이스크림 체인 미쉐빙청 창업자 장훙차오·장훙푸 형제, 가상화폐 트론(TRON) 창립자 저스틴 선 등이 있다.
상속을 통해 억만장자가 된 사례도 증가했다. 독일 제약업계 두 가문에서만 15명이 새롭게 명단에 올랐으며, 전체적으로는 91명이 상속을 통해 억만장자가 됐다. UBS는 이들 자산 대부분이 먼저 생존 배우자에게 이전된 뒤 다음 세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분포를 보면, 억만장자의 약 3분의 1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중국은 321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투자 선호 지역은 변화 조짐을 보였다. UBS가 억만장자 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단기 투자처로 북미를 선택한 비율은 지난해 81%에서 올해 63%로 낮아진 반면, 서유럽·중화권·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선호는 높아졌다.
지역별 위험 인식도 달랐다. 아시아 지역 부호들은 관세를 주요 리스크로 꼽았고, 미국 부호들은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위험을 우려 요인으로 제시했다.
한편 한국의 억만장자 수는 31명으로 전년 대비 7명 줄었다. 새로 명단에 포함된 인물은 1명인 반면, 8명이 제외됐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 총액은 882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6% 감소했다. 구체적인 인물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