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5% 가까이 급감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도 연장됐고 고물가, 고환율에 경기반등세도 예상보다 더디다. 이에 법인세부터 소득세, 부가가치 수입까지 불안해져 올해 세수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에서 국세 수입을 367조3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예산안 대비 33조2000억원(8.3%) 줄어든 수준인데, 대부분 법인세 감소 예상에 기인한다. 정부는 법인세가 올해 77조70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예산안보다 27조3000억원(26.0%) 줄어든 액수다.
2022년부터 기업 경기가 악화하면서 56조 세수 펑크가 났지만 지난해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결산 마감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정부가 대폭 눈높이를 낮췄음에도 전망에 이르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12월 결산 상장기업 705개의 지난해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39조5812억원으로 전년보다 44.96% 급감했다. 특히 매출액 비중이 10%를 넘는 삼성전자가 개별 기준 11조5000억원 규모의 영업 적자를 냈다. 재무제표상 삼성전자는 영업손실로 ‘0원’을 신고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이들 상장사 개별 영업이익은 9.7% 증가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도 세입 변수 중 하나다. 정부는 올해 중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2024년도 세입 전망을 짰다. 유류세 등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올해 15조3000억원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예산안(11조1000억원)보다 38%가량 높인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크게 뛰면서 정부는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6월 말로 2개월 추가 연장했다. 9번째 연장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지난해 10조8000억원 걷혀 예산안보다 3000억원의 결손이 발생했다. 세제당국 내에서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계속 연장될 시 세수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 최근 물가·환율 변수로 경기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될 것이란 우려에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수입도 불안하다. 소득세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세는 매년 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에 늘어난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이 실적 부진 등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올해 근로소득세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 2월까지 소득세는 24조1000억원 걷혀 지난해보다 3000억원(1.3%) 감소했다.
앞으로의 내수 회복 여부도 관건이다. 부가세는 소비 증가와 부가세 환급 감소로 올해 2월까지 17조6000억원 걷혀, 전년보다 3조7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회복 조짐이 보였던 소비에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삼중고’가 다시 찬물을 끼얹으며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지난해 국가채무는 1126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2년(1067조4000억원)에 1000조원을 넘어선 뒤 1년 만에 1100조원의 벽도 깨졌다. 2년 연속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진 바 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