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발 넓히는 진단키트업계…엔데믹 대비한다

SD바이오센서, 美 의료기기업체 2조원에 인수…국내 최대 M&A
씨젠, 콜롬비아에 해외법인 설립…“중남미 시장 공략 강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김민지 기자]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이 신성장 동력 확보에 본격 나서고 있다. 그동안 확보한 실탄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D바이오센서는 미국 체외진단 기업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원(15억3200만달러)에 인수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한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다. 메리디안은 SD바이오센서가 60%, SJL파트너스가 40%로 인수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공동으로 미국 법인에 출자를 하고, 이 미국 법인의 자회사가 메리디안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인수가 완료될 예정이다.

 

미국은 세계 체외진단 의료기기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다. SD바이오센서는 이번 인수·합병을 계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 해외 판로 개척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회사 측은 “이번 인수는 SD바이오센서의 북미 진출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일류 체외진단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SD바이오센서는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해외 진단기기 유통사와 제조사를 인수해왔다. 지난해 11월 브라질의 에코 디아그노스티카를 470억원에 인수했고 올해 독일의 베스트비온을 162억원에, 이탈리아의 리랩을 619억원에 각각 인수했다.

 

씨젠 본사 전경. 사진=씨젠

씨젠은 콜롬비아에 해외 법인을 설립해 중남미 시장 확대에 나섰다. 씨젠은 지난해말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해외법인인 ‘Seegene Colombia S.A.S.’를 설립했다. 콜롬비아는 인구수가 5088만명으로 중남미에서 세 번째로 많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4명으로 한국과 유사하다. 중남미 국가 중 상대적으로 의료 영역이 선진화돼 있다.

 

콜롬비아의 체외진단 시장은 약 5000억원으로 중남미 국가 중 두 번째로 크고, 전국에 분자진단이 가능한 170여개의 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를 계기로 분자진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해 전체 체외진단 시장의 약 50%를 분자진단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씨젠은 지금까지 100대 이상의 분자진단 장비를 콜롬비아에 설치해 안정적인 고객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씨젠은 영업 지역을 보고타 중심에서 콜롬비아 전역으로 확대하고, 중남미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시장 공략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신설된 법인을 통해 콜롬비아 보건부 및 대형 검사실에 대한 마케팅도 강화해 코로나19 진단 시약과 더불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성매개감염병(STI), 결핵(Tuberculosis), 급성 설사질환(GI) 등 다양한 진단 시약도 시장에 내놓을 방침이다. 이를 통해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중남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씨젠 측은 보고 있다.

 

minji@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