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업승계와 관련된 세제개편안

최정욱 KB국민은행 SME마케팅부 공인회계사

 우리나라 세법은 가업 승계 시 세제혜택을 주고 그에 따른 의무를 부여한다. 가업승계세제는 1997년 처음 세법에 등장하였는데, 상속재산에서 최대 1억원을 공제해 상속세를 계산하도록 했다. 이후 가업승계세제는 큰 변화가 없이 운영되다가 2007년도에 최대 공제액을 30억원까지 높인 이후 세제혜택의 규모는 커지고 의무는 완화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개정돼 왔다.

 

 지난 7월 21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가업승계세제의 개정사항은 기존의 개정 방향은 유지하되, 세제혜택과 의무의 변화 크기가 상당히 컸다. 상속 시 상속재산에서 가업 해당액 만큼 공제해 주는 가업상속공제 개정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적용대상의 확대 및 공제 한도를 상향한 부분이다. 현행 세법에서는 가업상속공제를 최대 500억원을 한도로 중소기업과 매출액 4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에 대해서만 적용했으나, 개정안에서는 공제액을 최대 1000억원으로 늘리고, 매출액 1조원 미만의 중견기업까지 그 세제혜택을 늘렸다.

 

 공제액 500억원 증가시 개별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약 250억원의 상속세 절세 효과를 가지게 되므로 납세자 개인의 입장에서 주어지는 세제혜택의 크기가 상당히 커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국세청 국세통계상 2021년 법인 중 매출액 5000억원을 초과하는 곳이 841개인데, 이러한 법인들은 그 동안 가업승계세제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인이 다수 법인의 오너인 경우가 있으므로 명확한 추정은 불가능하지만 이러한 법인의 상속시 최대 1000억원의 공제가 이뤄진다면 적용대상의 확대로 인한 전체 세제혜택의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후 승계 시 업종과 고용을 유지하고, 가업에 사용되던 자산 및 지분의 처분을 제한해 온 사후관리기간이 7년에서 5년으로 축소됐다. 사후관리 기간뿐 아니라 고용 유지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자산 처분 제한 범위도 크게 완화됐다. 특히나 업종 유지와 관련해서 업종의 범위를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넓혔다는 점이 주목된다.

 

 예를 들어 현행 세법에서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가업을 승계하면서 가업승계세제의 혜택을 본 경우라면 승계 후 7년간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해야 했으나, 이제는 대분류인 제조업 범위 내에서 5년간 어떠한 업종으로 변경되더라도 사후관리 위배에 해당하지 않게 됐다. 기업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가업을 굉장히 넓게 해석하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상속이 발생하기 전에 사전적으로 가업을 증여하는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가업승계 증여특례와 관련해서도 가업상속공제와 같은 방향으로 개정됐다. 현행 세법에서는 증여특례시 100억원을 한도로 하여 10~20%의 저율로 과세하는 게 그 핵심인데, 이 한도를 1000억원을 한도로 상향하고 10%의 세율구간을 30억원에서 60억원으로 높였다. 물론 이러한 세제혜택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도 현행 중소기업과 매출액 4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에 국한됐었지만 개정안에서는 매출액 1조원 미만의 중견기업까지 증여특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은 가업승계세제와 관련해 가업승계 시 상속세와 증여세를 납부유예해주는 제도를 신설한 것이다. 납부유예제도는 기본적으로 가업을 승계 받은 상속인이 해당 가업을 양도, 상속, 증여하는 시점까지 납부를 미뤄주는 개념이다. 중소기업으로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하지만 가업상속공제를 받지 않는 기업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가업상속의 경우보다 완화된 사후관리요건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업승계를 고민하는 중소기업 오너에게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것으로 보인다. 증여세 납부유예 또한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최정욱 KB국민은행 SME마케팅부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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