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금융취약계층(下) ] ‘대출 난민’된 저신용자, 그래도 살아야 한다

저신용자 불법사금융 발길 우려
정부, 10조원 규모 서민금융 지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이주희 기자]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대출 난민’으로 전락한 저신용자들을 위한 구제 방안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 취약 계층에 있는 이들이 불법사금융에 빠지지 않도록 정책과 상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 등 고금리 업권의 조달금리는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법정최고금리에 근접한 수준의 금리로 대출받던 가구들은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밀려날 수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카드채·기타금융채(AA+, 3년물) 금리는 4.75%였다. 지난해 8월 평균은 1.82%로 1년 사이 3%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는 0.75%에서 2.50%로 1.75%포인트 인상됐다. 카드채·기타금융채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의 2배가 넘는 2.95%포인트 올랐다. 

 

 이같이 시장금리에 따라 조달금리는 변동하는 반면, 대출금리에 대한 법정최고금리는 20%로 유지돼 있다. 법정최고금리란 금융 업체가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한 가장 높은 금리를 뜻한다. 예금이 아닌 대출에만 적용되며, 대출시장에서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2002년 제정됐다. 최초 66%에서 시작됐던 법정최고금리는 총 7차례 시행령 개정을 거쳐 작년 20%로 인하됐다.

 

 현재 추가 인하에 대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금융 취약 계층에 도움이 될 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 법정최고금리 수준으로 대출을 공급하던 차주가 금리를 인상할 수 없으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고위험의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내주기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미루 KDI 금융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은 “만약 법정최고금리를 18%로 인하하면,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으로 밀려나는 차주들의 롤오버(금융기관이 상환 만기에 다다른 채무의 상환을 연장하여 주는 조치)가 제한된다”며 “정책금융, 대부업, 혹은 비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지 못하면 최대 33조원대의 연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김 부연구위원은 법정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시켜 금리 인상기에도 취약계층의 롤오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조달금리 상승폭만큼 법정최고금리가 인상되면 고정형 법정최고금리 아래서 조달금리 상승으로 대출시장에서 배제되는 취약차주의 대부분에게 대출 공급이 가능하다. 이는 법정최고금리에 근접한 수준의 대출상품에 존재하던 가격 경직성 즉, 대출금리의 경직성이 해소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2020년 말 불법사금융 이자율을 최대 연 6%대로 제한하는 법안이 2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또한 불법사금융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멈춰있는 상태다. 

 

 최근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금융 취약 계층의 다중채무가 사회 문제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이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정부는 연체의 굴레에 빠지지 않도록 금융정책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지난달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어 올해 안으로 10조원 규모의 정책서민금융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하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사업도 진행한다. 신용평가 점수 하위 10% 이하,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인 최저신용자에게 서민금융진흥원이 연 15.9% 금리, 최대 1000만원을 한시적(6개월)으로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원 자금은 2400억원 규모다.

 

 은행권에서도 ‘새희망홀씨’ 상품을 통해 취약 계층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연소득 3500만원 이하 또는 신용등급 6등급 이하면서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인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10.5% 이하 금리로 최대 3000만원을 대출해준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는 연 10.5% 이내에서 최대 15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근로자 햇살론’을 운영하고 있다. 신청조건은 새희망홀씨와 같지만 3개월 이상 재직하는 근로자만 이용할 수 있다.

채무자 대리인·소송 변호사 무료지원 사업의 미등록·등록 대부업 종류별 신청 현황(위)과 피해 유형별 신청 현황. 사진=금융위원회

 만약, 불법사금융 이용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채무자 대리인·소송 변호사 무료지원’ 제도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불법추심피해를 받는 피해자는 불법사금융신고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신청하면 소속 변호사가 채무자 대리와 소송을 지원받는다.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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