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發 한파에 증권가 칼바람 몰아친다

증시 침체·PF 부실에 실적 '뚝'
향후 연쇄적 인력 감축 전망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뉴시스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유동성 위기에 놓인 증권사들이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증시 침체와 함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증권사들이 연쇄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28일까지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영업을 제외한 경영 관련 직무에서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입사원은 희망퇴직 대상이 아니다.

 

 앞서 다올투자증권은 태국 현지법인 ‘다올 타일랜드’ 지분 69.9%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해외법인 매각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하이투자증권도 인력 구조 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연말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희망퇴직에 대해 논의 중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앞서 케이프투자증권은 선제적으로 인력 효율화를 위해 회사 법인본부와 리서치본부 임직원 30여명을 대상으로 전원 재계약 불가 통보를 결정했다. 조직구조와 인력 효율화를 위해 폐지를 결정한 케이프투자증권은 IB(기업금융)와 PI(자기자본투자) 부문에 집중할 방침이다.

 

 BNK증권 역시 IB 3개 부문을 2개 부문으로 줄이는 한편 줄어드는 인원은 은행 쪽으로 순환 배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 중소형 증권사들이 전반적인 유동성 악화설에 시달리면서 고정 비용이 많은 리서치와 법인영업을 구조조정 1순위로 삼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50조원+알파(α)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풀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달 중 만기가 되는 증권사가 매입 보장하거나 신용보강을 한 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ABSTB(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 규모는 약 10조7300억원으로 집계됐다. 12월에는 9조7600억원, 2023년 1월에는 10조7600억원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내년 1월의 경우 향후 6개월 중 만기 도래 규모가 가장 크다.

 

 업황 악화가 지속되는 것도 증권사들에게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기준 주요 증권사(자기자본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평균이 각각 43.97%, 34.63% 감소했다. 자기자본이 2조원 미만인 중소형사들 또한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50.98%, 56.34% 급감하며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발로 인한 실적 악화 등 영향에 중소형 증권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인력 감축에 돌입하는 모습”이라며 “향후 연쇄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 증권사들의 실적이 올해보다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일시적인 인력 감축 수요는 내년에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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