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닫힌 지갑, 명품 앞엔 ‘활짝’

작년 韓명품 소비 168억 달러
美·中 제치고 글로벌 1위 올라
샤넬·디올 등 럭셔리 브랜드
K팝 스타들 앰버서더 내세워
톰브라운·셀린·OTB 직진출
백화점, 특화 조직 신설·강화

[정희원 기자] 올해도 명품 열풍이 지속될까. 3고(高) 현상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며 소비자 지갑이 닫히는 ‘흉흉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바로 ‘럭셔리 시장’이다. 한국은 이제 명품 소비 ‘1위국’으로 등극했다. 럭셔리 분야가 백화점 매출의 1등공신이다보니 신세계·롯데·현대 등 주요 백화점기업들은 ‘명품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6일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명품 소비는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달러(약 20조9000억원)로 추산된다. 이를 1인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325달러. 미국(280달러)은 물론 ‘명품소비 강국’으로 꼽히던 중국(55달러)까지 가뿐하게 앞질렀다.

 

페르디난도 구엘리 주한 이탈리아 무역관장에 따르면 자동차까지 포함한 명품 브랜드 수출액은 이탈리아의 2022년 한국 전체 수출액의 절반 이상(51.3%)을 차지한다. 

 

K팝 스타와 배우들이 럭셔리 브랜드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것도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을 타깃하겠다는 명품 브랜드들의 의지다.

 

방탄소년단(BTS)의 지민은 ‘디올’을, 슈가는 ‘발렌티노’와 협업 중이다. 블랙핑크 역시 4명 모두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 중이다. 제니는 ‘샤넬’, 지수는 ‘디올’, 로제는 ‘생로랑’과 ‘티파니’, 리사는 ‘셀린’과 협업 중이다.

 

각 업체들은 특화 조직을 꾸리거나 전문가 영입에 나섰다. 신세계는 최근 이길한 전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를 주축으로 미래혁신추진단을 신설했다. 특히 본점 인근에 샤넬 VIC 전용 부티크 개점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중이다. 말 그대로 상위 1% ‘슈퍼 리치’를 위한 ‘VIP 숍’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샤넬은 지난해부터 올해 아시아 지역에 프라이빗 부티크를 개점할 계획을 드러낸바 있다.

 

롯데백화점은 2개로 구분됐던 MD 본부를 통합하고 명품 브랜드 전문가인 이효완 전무가 본부장을 맡아 진두지휘에 나서는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해외 럭셔리 사업부 내에 ‘해외MD 전략’ 조직을 신설, 명품 브랜드 판매 전략을 총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에는 판교점에 에르메스를 입점시켰고, 더현대서울에는 디올을 유치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조치는 올해 예상되는 소비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명품 매출은 오히려 불황일 때 비중이 커지는 경향을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해외여행 재개로 백화점 명품 매출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외출 수요가 커지고, 해외여행은 아직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 속에 ‘명품 불패’는 여전히 이어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고객뿐 아니라 2030 등 MZ세대, 남성, 키즈 등 새로운 소비자가 명품 소비에 적극적으로 변한 것도 긍정적 요소”라며 “명품을 선호하는 소비패턴도 이미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지난 하반기부터 명품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직진출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질샌더·디젤·메종 마르지엘라 등을 보유한 OTB는 지난해 한국 법인을 설립,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다. 디젤 열풍을 다시한번 불러일으킬 정도로 활발한 마케팅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은 지난해 말 2012년부터 브랜드를 수입·유통해온 신세계인터내셔날과의 유통 계약을 종료하고 이달부터 국내 사업을 전개 중이다.

 

2011년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독점 판매 계약을 맺어온 톰브라운은 오는 7월 ‘톰브라운 코리아’를 설립해 돌아온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는 리테일 매니지먼트 계약으로 파트너십을 이어간다.

 

럭셔리 업계가 올해 가장 고민하는 요소는 ‘VIC 고객 유지’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가상승·해외행 재개 등에 매출이 감소하는 것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명품이 대중화되면서 기존 충성 고객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는 것.

 

일반 고객과 VIP의 구매 경험을 분리하고, ‘진정한 명품’ ‘명품 중 명품’ 이미지를 다져나가는 게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샤넬이 신세계 본점 옆에 VIC를 위한 전용 매장을 여는 것도 브랜드 가치를 다시 재정비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hap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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