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하방압력’ 지속…하반기 만기도래 주택으로 깡통전세·역전세 위험↑

지난 4월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뉴시스

 올해 들어 주택매매가격 하락폭이 축소되는 등 부동산 시장이 다소 회복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주택 증가로 역전세난과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계속 증가할 수 있기에 최근 마련된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관련 법안에 대한 지속적인 수정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국내외 경제 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며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을 분석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하락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한은은 LTV 완화,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등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과 함께 최근의 대출금리 하락도 주택가격 하락세 완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주택매수심리가 개선됐으며, 실거래가격도 소폭 상승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전세가격 역시 최근 하락폭이 축소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는 그 동안 전세가격 조정폭이 매매가격보다 상대적으로 컸던 데다 최근 전세대출금리가 전월세전환율 아래로 하락하면서 전세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 주택시장은 급격한 하락세는 진정되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수준과 전세시장 불안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하방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깡통전세, 역전세 등으로 전세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임대인들이 기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해 보유주택을 매도할 경우 주택매매가격의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크게 늘어났던 갭투자 물량이 역전세 하에서 점차 만기도래하고 있는 점도 주택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한은이 실거래 마이크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잔존 전세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지난해 1월 2.8%(5만6000호)에서 올해 4월 8.3%(16만3000호)로 크게 증가했다.

 

 또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도 작년 1월 25.9%(51만7000호)에서 올해 4월 52.4%(102만6000호)로 크게 높아졌다. 지역별로 깡통전세와 역전세 비중을 살펴보면, 서울(1.3% 및 48.3%)보다 비수도권(14.6% 및 50.9%)과 경기·인천(6.0% 및 56.5%)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월 기준 깡통전세·역전세 관련 현황에 따르면 깡통전세에 해당하는 주택의 경우 평균적으로 기존 보증금대비 매매시세가 2000만원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전세에 해당하는 주택을 보면 기존 보증금 대비 현재 전세가격이 평균 7000만원 정도 하회한다. 깡통전세의 기존 보증금과 매매시세 격차의 상위 1%는 1억원 이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역전세의 기존 보증금과 현재 전세가격 격차의 상위 1%는 3억6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깡통전세와 역전세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최근 몇년간 주택시장 변동성이 컸던 데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무엇보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상당부분 만기가 도래하는 점이 깡통전세와 역전세를 증가시키고,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를 확대시켜 주택시장의 하방압력을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4월 현재 깡통전세 계약 중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만기도래하는 비중이 각각 36.7%, 36.2%이며, 역전세는 28.3%, 30.8%인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이 7억원을 넘는 고가 전세나 담보대출이 많은 주택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어렵다”며 “특히 임차인이 선순위 채권자 지위도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는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깡통전세와 역전세에 따른 보증금 상환 부담은 매물 증가로 이어져 매매가격에 대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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