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한모금]퇴직연금 시장 성장 중…연말 머니무브는 우려

퇴직연금 적립금 336조원 넘어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 과당경쟁 방지 위한 규율 확립

게티이미지뱅크

 

오는 2025년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노후소득에 대한 재원 확충과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적연금인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이 조금씩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사업주는 퇴직급여제도인 ‘퇴직금제도’와 ‘퇴직연금제도(퇴직연금)’ 중 하나 이상을 설정해야 한다. 

 

퇴직금은 일시금 지급이 대부분으로, 중간정산의 확산 등으로 인해 노후소득 보장기능이 미흡하며 사내유보가 일반적이므로 기업이 도산하면 근로자의 수급권이 보호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정부는 노후 보장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퇴직연금을 2005년 도입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 재직 기간에 사용자가 퇴직급여 재원을 외부의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이를 기업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해 근로자 퇴직 시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크게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로 나뉜다. 

 

DB형은 운용주체가 기업으로 퇴직 후 받을 급여액이 미리 확정되는 방식이다. DC형은 외부 금융사의 운용수익에 따라 퇴직 후 급여액이 달라지며 개인(근로자)에게 운용 책임이 있다. IRP형은 근로자가 중도에 직장을 옮기거나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을 적립하고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하는 형태며 DC형처럼 개인이 직접 운용한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기준 336조원을 넘어서며 갈수록 증가 추세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이 지난달 12일 본격 시행되면서 시장에서의 빠른 안착을 위해 금융당국과 관련 기관의 협력도 강화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로 DC형과 IRP형만 가능하다. 

 

지난 2분기 말 디폴트옵션 승인 상품 296개 중 223개 상품이 판매·운용되고 있다. 총 적립금액은 약 1조1000억원으로 1분기 대비 8000억원 증가했다.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나, 퇴직연금 부담금 납입과 적립금 운용상품 만기가 특정 시점에 집중될 경우 자금이동(머니무브)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도 있다.

 

올해도 퇴직연금 머니무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국은 이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퇴직연금 분납 및 만기, 고금리 과당경쟁 방지를 위한 규율체계를 확립하기로 했다.

 

먼저 퇴직연금을 납입하는 사용자로서 금융회사들은 12월이 되기 전에 본인들이 신규 납입하는 올해 DB형 퇴직연금 총 부담금(3조2000억원)의 40% 이상을 두 차례 이상 분산·분납해야 한다. 또 기존 적립금의 12월 만기 도래분(7조7000억원)에 대해서도 1년 6개월 등 만기 다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회사채시장 경색 등으로 일부 금융권에서 유동성 부족이 일어났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 유치를 위한 자금조달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기관의 금리 공시를 보고 더 높은 금리를 사후적으로 제시하는 금리 베끼기, 소위 커닝 공시가 일어났다. 

 

이러한 과당 경쟁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등록된 퇴직연금사업자가 아닌 비사업자가 제공하는 원리금보장상품에 대해서도 퇴직연금사업자와 동일한 공시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더불어 사실상 원리금보장상품임에도 관련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변칙 파생결합사채도 원리금보장상품의 규율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한편, 수수료 수취·제공 금리를 통해 수수료(웃돈)를 활용한 고금리 원리금 보장상품 제조 관행 개선 등을 내용으로 하는 ‘퇴직연금 감독규정’을 9월 중 개정 완료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까지 퇴직연금 도입은 의무화되지 않았다.

 

고용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2023년도 퇴직연금 업무설명회’를 열고 퇴직연금 단계적 의무화 추진, 중소퇴직기금제도 활성화, 중도유출 최소화를 위한 제도개편 사항 등을 담은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하반기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