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갓성비(신이 내린 가성비)’를 따지는 알뜰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오프라인보다 할인율이 높은 온라인 쇼핑업계(이커머스)에서는 소비자들의 ‘짠물 소비’가 한창이다. 초저가 상품 수요에 따라 기획관이 성행을 이루며 전시·반품 상품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 1만원 이하 ‘초초초저가’ 인기
최근 들어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1만원 미만 저가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10일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9월 개설한 ‘9900원샵’ 코너는 10월 일평균 매출이 전달 대비 80% 증가한 데 이어 11월에는 전달보다 무려 196%나 폭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 기준 7월∼10월 전체 온라인 유통 시장 평균 매출 증가율이 10.2%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성장세다.
생활·주방·화장품 등 생필품을 부담 없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3900원, 6900원, 9900원 이하 등의 가격대별 추천 상품은 물론 저가 상품임에도 무료배송 혜택을 더한 점도 인기를 높이는 데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영향으로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가격대의 기준이 점점 더 낮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같은 업계인 티몬이 운영하는 ‘만원의 행복’ 기획관도 11월 기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8%나 늘었다.
◆ 전시·반품 등 ‘리퍼브’ 인기
과거에 ‘헌 물건’으로 외면받던 ‘리퍼브 상품(전시 또는 미세한 흠집으로 인한 반품 상품)’의 가치도 재평가받고 있다.
티몬에 따르면 자체 운영하는 ‘리퍼임박마켓’은 1월부터 11월까지 매출이 지난해보다 80% 증가했다. 구매 건수와 고객 수도 각각 66%, 63% 성장했다. 관계자는 “스마트 TV와 휴대전화 등 고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문이 꾸준하다”며 “소비기한이 가까운 가정간편식 등 먹거리도 구매 상위권이다”고 설명했다.
비슷하게 리퍼브 상품을 판매하는 위메프도 올해 하반기 리퍼브 가전 매출이 지난해보다 273%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과거 꼼꼼하게 따지던 신선식품도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했고, 같은 기간 낙과 상품 매출은 366% 늘었다.

◆ 할인된 가격 ‘이(E)쿠폰’ 성행
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이(E)쿠폰의 성행도 알뜰 소비 트렌드의 영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조905억원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01년 이래 20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이쿠폰 거래액(8933억원)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8.9% 성장하면서 시장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G마켓에서는 올해 11월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할인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는 이쿠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3배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쿠폰의 인기는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의 한 패턴”이라며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2.74(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 8월부터 3%대의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8월(3.4%), 9월(3.7%), 10월(3.8%)로 꾸준히 올랐다. 11월에 적은 폭으로 꺾였다만, 여전히 높은 상승률에 서민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도 고정적이다.
지속적인 경기 불황에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트렌드가 굳혀지고 있는 만큼 이커머스 내 최저가 경쟁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