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종료하나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이 9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나와 있다. 뉴시스

 이달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를 앞둔 정부가 또다시 연장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물가 부담 등을 이유로 한 차례 더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같은 정책이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0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순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의 종료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유류세는 탄력세율 조정을 통해 휘발유에 대해 205원(25%) 인하된 리터당(L) 615원을 부과하고 있다. 경유는 212원(37%) 인하된 369원이다. 

 

 지난해 7월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내렸다가 올해 1월부터는 휘발유 인하 폭을 25%로 일부 환원했고, 이러한 조치를 세 차례 연장해 올해 말까지 유지하게 됐다. 이는 현재의 물가 부담을 고려한 결정이다. 만약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면 물가 상승세가 상당 폭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유류세 인하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 가격은 L당 평균 1684.05원, 경유는 1628.22원이었다. 현행 인하 폭을 전부 되돌리는 경우 휘발유 유류세는 L당 205원, 경유는 212원 각각 오른다. 유류 소매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휘발유 가격은 1889.05원, 경유는 1840.22원이 된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휘발유 가격은 14.5% 오르고, 경유 가격은 2.1% 내린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물가 안정 목표(2%)를 웃돌고 있어 정부로서는 유류세 인하를 종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수요 감소 등의 이유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유류세 인하 종료의 명분이 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9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유가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2~3주 정도 걸린다. 이번 주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전주 대비 5.4달러 급락한 배럴당 77.3달러로 집계됐다.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지난 7일 기준으로는 배럴당 75.0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 6월 29일(74.24달러)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기재부는 국제유가 급등 등을 이유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해 왔지만,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면 유류세 인하 조치를 되돌려 정책 여력을 확보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이 국세 수입의 지속적인 감소를 불러왔다는 점도 인하 조치를 거둬야 하는 이유가 된다.

 

 한국은행은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 제한, 유류세 인하 등과 같은 정부의 정책지원도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들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것을 권고하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이어가는 대신 인하 폭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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