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엔 43조…리커머스 시장의 성장

-고물가·내수침체 장기화… 자원 선순환 가치 소비 부상
-중고 생활용품에서 명품까지 확장… 분쟁·사기도 급증

 최근 고물가가 지속하며 재고·중고거래 시장이 주류로 떠올랐다. ‘당근’, ‘번개시장’ 등 개인 간의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며 유통 대기업까지 발을 담갔다. ‘가치 소비’에 힘입어 더욱 주목 받는 리커머스(Re-commerce) 시장이다.

 

◆리커머스 시장의 성장…대형 유통기업도 눈독

 

 리커머스는 사용하던 물건의 중고거래나 명품·한정판 제품 등 소장용 물건을 재거래하는 행위를 뜻한다. 올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3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24조원까지 커졌다. 2025년에는 43조원 규모로 수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톱5 디지털 소비자 트렌드 2024’ 보고서에 따르면 ‘리커머스 2.0 시대’가 올해 주요 트렌드 중 하나다. 디지털화된 쇼핑 환경, 이커머스의 비약적인 성장이라는 환경변화 속에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내수 침체가 겹치면서 생겨난 전망이다.

 

 또 자원 선순환을 고려한 ‘가치 소비’까지 주목받으면서 리커머스 거래는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치 소비란 만족도가 높은 소비재는 과감히 소비하고, 지향하는 가치의 수준은 낮추지 않는 대신 가격이나 만족도 등을 꼼꼼히 따져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성향을 지칭한다. 중고거래가 대표적인 가치 소비의 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 크림과 무신사 자회사 에스엘디티가 운영하는 솔드아웃은 구매 후 사용하지 않은 한정판 신발과 패션상품을 ‘리셀’하는 젊은층의 주요 플랫폼이다. 구하기 힘든 제품은 온라인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컬래버레이션 상품, 한정판 등의 리셀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활용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부류도 있다.

 

 올 상반기부터는 비타민,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개인 간 재판매도 허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거래 활성화가 가져온 변화다. 

 명품 중고거래 이용 비율까지 증가하고 있다.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으로는 구구스, 럭스어게인, 트렌비, 발란 등이 있다. 중고 명품을 위탁 판매하거나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한다. 2003년 압구정점을 시작으로 백화점 주변에 25개 직영 매장을 운영하는 구구스는 지난해 총 연간 거래액이 21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9.7% 성장한 수치다. 구구스 측은 “엔데믹 이후 중고명품 시장이 탄력을 받으며 작년 판매 건수와 구매자 수가 전년 대비 각각 16.4%, 12.9% 증가했다”고 전했다.

 

 중고 의류, 장난감, 생활용품 등 소소한 온라인 거래로 시작한 거래에 명품 리셀까지 더해지며 중고거래 시장은 급성장했다. 백화점 3사 등 대형 유통기업까지 연계해 시장을 키웠다. 롯데쇼핑은 2021년 중고나라 지분을 인수했으며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2022년 번개장터에 투자했다. 중고거래가 조명받은 2020년부터 롯데백화점은 강남점에 패션 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 오프라인 매장을, 현대백화점 신촌점엔 중고 상품 전문 매장인 ‘세컨드 부티크’를 열었다. 이후에도 백화점 내 팝업 매장을 통해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사기·가품·분쟁 위험…이용자 주의·플랫폼 절차 마련해야

 

 리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자 사기·가품·개인 간 분쟁 위험과 같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송금에 문제가 생기거나 다른 제품을 배송하는 등의 경우다. 중고명품은 가품 우려도 높다.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감정 전문가를 확보해 가품을 가려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C2C 플랫폼은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과 ‘중고 거래 플랫폼 제품 안전·분쟁 해결 협약’을 체결해 자정 노력에 나선 상황이다. 이용자 간 분쟁 해결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미리 알리고, 분쟁 신고 접수 땐 사실관계를 파악해 합의안을 권고하는 내용이다. 이후 분쟁조정 신청은 전년 동기 대비 3.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도 비교적 고가의 상품 거래는 계약 관련 조항을 유심히 살펴봐야한다. 지난해 8월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재판매 플랫폼 4개사(크림, 솔드아웃, 스탁엑스, 아웃오브스탁)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판매 플랫폼 관련 소비자피해 구제신청은 최근 3년간(2020년·18건, 2021년·39건, 2022년·137건) 총 194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특히 2022년은 전년 대비 무려 251.3%가 증가했다.

 

 피해구제 신청사유는 ‘품질 하자’가 가장 많았고 ‘계약해제·위약금’, ‘부당행위’ 등의 이유였다. 한국소비자원은 “재판매 플랫폼이 이용자에게 받는 거래 수수료에 비해 소비자분쟁 발생시 해결을 위한 기준 및 절차는 미흡하다”며 자체 기준과 절차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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