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사태 잊었나..작년 비은행권 부동산금융 926조원 ‘사상 최대’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지난해 비은행권이 보유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그림자 금융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비은행권은 부동산 관련 업종의 대출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 이후 경고가 잇따랐는데도 전문가들은 지난해 PF 부실 구조조정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고 경고했다.

 

 10일 자본시장연구원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은행권이 보유한 부동산 그림자 금융 규모는 926조원으로 전년(886조원)보다 4.5% 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림자 금융은 비은행 금융기관 또는 비은행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투자상품을 의미한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을 매개로 자금 중개나 신용창출 기능을 하는 PF 대출·보증, PF 유동화증권, 부동산신탁, 부동산펀드와 특별자산펀드를 말한다. 

 

 국내 비은행권이 보유한 부동산금융은 10년 전보다 4.2배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증가세는 10년간 연평균 증가세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그림자금융 비중은 2013년 15%에서 2023년 41%로 늘었다.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비은행권이 보유한 부동산금융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그림자금융 중에서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42%에서 62%로 확대됐다. 국내 비은행권의 부동산 편중은 국제적으로도 유례없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자금중개의 경로가 길고 복잡하며 채권시장 및 단기자금시장 등과 밀접히 연계돼 차입(레버리지)이 크다. 단기간에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손실이 금융회사의 손실로 전이되고 실물경제의 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로 2022년 하반기 부동산 PF 관련 자금경색 위기를 불러온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를 들 수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금융권이 보유한 PF 부실 정리 지원에 나섰지만, 전체 부동산 그림자 금융 규모가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수준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지난해 PF 부실과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데 대해 억제가 필요하다고 경고가 많이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규모가 많이 증가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부동산 그림자 금융 규모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전체 그림자 금융 중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유례없이 높아 우리 잠재성장률을 깎아 먹는 좀비 같은 역할을 하는 만큼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시중자금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은 만기가 3개월 이하인 단기 형태가 많아 단기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 차환 발행에 애로를 겪으면서 증권회사의 유동성 리스크, 나아가 부동산 시장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 침체시 기초자산인 부동산 PF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채무보증을 수행한 증권회사의 손실로 이어져 금융시장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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