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인의 건설부동산 톺아보기] 아파트 품질 불신 시대... 사전점검 대행업이 뜬다

전남도와 무안군 관계자들이 역대급 하자 논란이 발생한 ‘힐스테이트 오룡’ 긴급 품질점검을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지난달 경기도 평택의 새 아파트에 입주한 이 모(32)씨는 지난 2월 사전검검 때 아파트 사전점검 대행업체를 이용했다. 대행료가 30만원으로 적지 않지만 하자를 확실히 잡아내고 싶은 마음에 서비스를 신청했다. 그는 “전문지식이 없으니 하자를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업체에 맡기니 마음이 편했다. 집안 곳곳을 샅샅이 살펴줘서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최근 부실시공에 따른 신축 아파트 하자 분쟁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전남 무안 ‘힐스테이트 오룡’은 지난달 말 입주 전 사전점검에서 외벽이 휘고 창틀과 바닥 사이 틈새가 생기는 등 하자가 무더기로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0일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내 공식 사과했다. 책임 있는 보수공사를 약속했고, 일일 400명 이상의 전담 인력을 투입해 하자보수에 나서고 있다.

 

 충남 당진의 ‘당진 푸르지오 클라테르’는 일부 가구 천장 마감재로 사용한 목재에서 곰팡이가 발견돼 입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이달 말 준공을 앞둔 대구의 한 아파트 시공사는 시공이 끝난 비상계단을 깎아내 부실시공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내 굴지 대형 건설사의 부실시공·하자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신축 아파트 품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사전점검 대행업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입주 예정자 카페를 중심으로 첨단 장비를 갖춘 사전점검 대행 서비스 업체들이 입소문을 나면서 전문업체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내년 2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인 차 모(35)씨는 “1군 건설사가 시공하는 아파트여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최근 논란을 보면 대형사도 믿을 게 못 되는 것 같다. 입주 전 사전점검 대행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지인들 대부분이 이용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열화상 카메라, 라돈 측정기, 수직·수평을 측정하는 레벨기, 공기질 측정기 등을 갖추고 신축 아파트 사전 점검을 대행한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하자를 전문 장비를 사용해 확인하고 누수, 단열 상태, 보일러 배관까지 확인한다. 하자접수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추후에 하자 신청 내용이 제대로 반영돼 수리까지 완료됐는지 점검하는 일종의 A/S 서비스도 대신한다.

 

 사전점검 대행업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홈체크’는 설립 첫해인 2018년 매출이 4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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