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병원을 떠나 있는 전공의 등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철회하기로 결정했지만, 정작 전공의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전공의는 정부가 내린 행정처분은 정당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며, 복귀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8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전공의 수련정책과 제도를 논의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전공의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하반기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 특례를 인정해 달라는 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조 장관은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체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보다 부합한다는 판단하에 고심 끝에 내린 정부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9월 전공의 모집은 예년과 같이 일부 과목에 한정하지 않고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복지부는 각 수련병원이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을 확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했음에도 전공의들은 미지근한 반응과 함께 제출한 사직서를 2월 시점으로 수리하라는 의견이 계속 나온다.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는 추후 적용될 수 있는 법적 책임 등을 이유로 사직서 수리 시점이 전공의들 이탈 시기인 올 2월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공의 복귀율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수련병원 211곳에 출근한 전공의는 전체(1만3756명) 8.0%인 1104명에 그쳤다.
이날 조 장관은 전공의 근무 여건도 대폭 개선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법 시행일은 2026년이지만 시범 사업을 통해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조 장관은 “이미 36시간의 연속 근무시간 상한을 24시간에서 30시간 내로 단축하는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에 더해 주당 근무시간은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 근무시간은 시범 사업의 성과를 봐가며 24시간으로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전공의 지도를 담당하는 교육담당 지도 전문의 등 교수 요원을 지정하고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 진료뿐 아니라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전문진료, 1차 의료, 의과학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 수련체계 도입 계획도 발표했다.
조 장관은 “정부는 올해 안으로 전공의 수련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교육 인프라 확충 등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하겠다”면서 “전공의분들이 과중한 근로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속가능한 진료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보탰다.
현재 중증·응급환자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운영 중이다. 이를 강화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고, 중등증은 지역 종합병원, 경증은 동네 병·의원에서 최적의 진료를 받는 혁신적 의료공급 이용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단계적 이행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은 의료개혁특위 논의와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하반기 중 시범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