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한 이모씨(38)는 주거 관련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씨는 향후 출산과 육아 및 교육 환경을 고려해 서울 등 상급지 이사를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에서 대출 한도가 축소되고 주택담보대출 최장 만기 기간마저 단축됐다는 소식을 듣고서 계획을 바꿔야 할지 고민이다. 이씨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고 은행권이 대출 만기까지 짧아져 대출 부담이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금융당국이 서민을 위한 정책 모기지 금리까지 올린 점도 불만이다. 그는 “정부의 가계 빚 관리 정책이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이 본격 시행되면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DSR 규제 강화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수요를 막아 집값 상승세 및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한 것인데, 정작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로선 자금 마련 부담이 커지게 됐다.
◆더 강한 DSR 도입…주담대 한도 ‘뚝’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가계의 대출 한도를 더욱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이 도입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당초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가 시행을 앞둔 1주 전 도입 시점을 연기한 바 있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 기간에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이달부터는 은행권 수도권 주담대엔 1.2%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은행권 비수도권 주담대·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0.7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이 6000만원인 차주가 은행권에서 30년 만기 변동금리(대출이자 연 4.0% 가정)로 대출받을 경우 1단계 스트레스 DSR 기준 대출 한도는 4억원이다. 하지만 이날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에 따라 수도권 주담대 한도는 3억6400만원으로 줄어든다. 수도권 대비 낮은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는 비수도권의 경우, 주담대 한도가 3억8300억원으로 감소한다.
◆금리 인상·한도 축소에 실수요자 ‘비명’
금융당국이 강화된 DSR 규제를 시행한 건 불어나는 주담대를 잡기 위해서다. 지난달 29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67조7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 대비 7조3234억원 급증했다. 5대 은행의 주담대는 지난 5월 5조3157억원, 6월 5조8466억원, 7월 7조5975억원 급증했고 지난달에도 7조원 넘게 불어났다. 서울 및 수도권 중심의 주택거래 급증에 따른 결과다.
정부는 가계대출을 옥죄기 위해 정책 모기지론 금리도 높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6일 대출 신청분부터 디딤돌·버팀목 대출 금리를 0.2~0.4%포인트 인상했다. 그간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대출 금리를 높였던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보다 강력한 개입을 시사하자 대출 기간 및 한도를 축소하고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주담대 최장 만기를 종전 ‘50년 이내’에서 ‘30년 이내’로 단축했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오는 2일, 3일부터 비슷한 조처를 할 예정이다. 이민환 인하대 경영대학원장은 “금융당국이 은행장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가 최근 대출 금리가 높다며 더 센 개입을 시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책 기조를 갑자기 바꾸면 정책 신뢰도를 제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