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반려견 돌봄쉼터’ 어떻게 준비되나… “멍멍, 안심하고 다녀오개!”

이번 설 연휴 서초구의 반려견 돌봄쉼터로 활용되는 서초동물사랑센터 전경. 박재림 기자

 

 고향을 떠나 독립한 반려인에게 명절 연휴는 고민이 깊은 시기다. 같이 고향을 찾자니 자차 없이 대중교통으로는 애로사항이 많고, 혼자 남겨두자니 외롭진 않을까 마음이 쓰인다. 특히 반려견의 경우 평소 산책 등 동반 야외활동이 많은 데다 분리불안장애견도 적지 않다. 이번 설처럼 연휴 기간이 길면 걱정은 더 깊어진다. 이러한 반려견 보호자들의 고충 해결을 위해 서울의 주요 자치구가 나섰다. 설 연휴 동안 운영될 반려견 돌봄쉼터들을 최근 방문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를 미리 살폈다.

 

 ◆서초구 “병원용 고급시설에 남다른 산책 퀄리티”

 

 2019년 설부터 명절 돌봄쉼터를 여는 서초구는 올해도 이달 25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구립 ‘서초동물사랑센터’에서 반려견을 맞이한다. 해당 센터는 2018년 말 서울 자치구 중 두 번째로 문을 연 1~2층 260㎡(약 80평) 규모 공간으로, 평소에는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반려가족 구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장소다.

 

 기존 유기견들이 있기 때문에 돌봄쉼터는 올해도 8마리만 신청을 받았지만 대신 퀄리티는 최상급이다. 강아지들은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온∙습도 자동조절 독방, 그것도 2023년 교체된 ‘새 방’에서 안락하게 지내게 된다. 평소 유기동물 계류장으로 활용되는 곳으로, 최근 방역 및 소독 작업으로 ‘손님맞이’ 준비를 끝냈다. 널찍한 놀이방엔 추가 구매한 배변패드와 장난감이 가득 쌓였다. 사료와 간식은 알레르기 및 취향 문제로 반려인들이 각자 챙겨온다.

 

 센터에서 도보 5분 거리인 양재천과 양재시민의숲에서의 산책도 매일 예정돼 있다. 장소 이점을 십분 활용하는 셈이다. 아울러 반려동물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이자 반려인인 센터 인력 4명이 휴무 없이 강아지들을 돌본다. 유하나 센터장은 “다들 전문인력이라 반려인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다른 자치구나 지자체에서 운영 노하우를 많이 배워갔다”고 귀띔했다.

 

 서초구 서초동물사랑센터가 이번 설 연휴 반려견 돌봄센터 운영을 위해 소독 등 준비를 마친 병원용 고급 독방(위)과 넓은 놀이방. 박재림 기자

 

 서초구 돌봄쉼터를 신청한 이정훈 씨는 “설날 동안 가족, 친지를 만나러 갈 일이 많아 안심하고 호돌이를 맡길 데가 필요했다”며 “이곳 센터는 예전 유기견 시절 호돌이를 처음 만난 곳이다. 입양∙교육 과정부터 담당자분들의 전문성에 감탄했다. 명절 연휴처럼 불가피하게 호돌이를 맡겨야 할 때는 항상 믿고 찾는다. 맡긴 동안 사진도 자주 공유해주셔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노원구 “구청 대강당의 변신… 8년 노하우 만족도↑”

 

 이달 28일부터 30일까지 설날 전후로 사흘간 돌봄쉼터를 운영하는 노원구는 24일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다. 평소 강연 등 행사가 열리는 구청 2층 대강당이 반려견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한다. 방역을 하고, 바닥재를 깔고, 쿠션 방석이 깔린 안락한 호텔장(침실)과 놀이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아울러 전문 펫시터를 3인 1조로 구성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2교대 배치하고, 야간에는 당직근무 인력을 둬 반려견을 꼼꼼히 살필 계획이다. 질병과 부상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지역의 24시 동물병원에 즉시 연계한다. 위탁비는 5000원.

 

 2018년 추석부터 8년째 돌봄쉼터를 운영하는 노원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곳답게 그간 노하우도 많이 쌓였다. 지난해 추석 연휴 이후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 전원으로부터 ‘다시 이용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배경이기도 하다.

 

노원구가 대강당을 설 연휴 반려견 돌봄쉼터로 활용한다. 사진은 지난해 설 당시 모습. 노원구청 제공

 

 구 보건소 보건위생과 동물보호팀 홍현 담당자는 “운영 초기에는 호텔장을 대여해서 썼지만 지금은 튼튼한 강화유리로 만든 호텔장을 직접 구매해서 활용하고 있다. 이용가구(20→30)도 늘었고, 보호자를 위한 사진 전송(하루 2회)도 처음엔 없었지만 이후에 생긴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전문센터와 협약… 긴 연휴에도 안심!”

 

 등록된 반려동물이 4만 마리 이상으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은 강남구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에도 전문 업체와 손잡고 돌봄쉼터를 운영한다. 신청자가 해당 업체에 반려견을 맡기는 방식이며 강남구는 최대 닷새까지 비용을 지원한다. 기간은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열흘로, 임시공휴일(1월27일) 지정으로 유독 길어진 이번 설 연휴를 모두 커버한다.

 

 선정 업체 중 한 곳인 논현동 소재 업력 7년의 ‘반려문화’ 관계자는 “평소에도 돌봄쉼터를 운영하기 때문에 명절 연휴라고 해서 특별히 추가되는 프로그램이 있는 건 아니다. 기존대로 반려동물 전문가들이 호텔링을 하고 인근 산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곳 외에도 ‘도킹어바웃’, ‘멍투게더’ 업체와 삼성동의 대형동물병원인 중앙동물메디컬센터가 이번 연휴 반려견을 맞이한다.

 

 강남구는 앞서 최대 강아지 100마리의 돌봄쉼터 신청을 받은 뒤 선정 과정에서 유기견 출신 강아지가 있는 구민을 1순위로 뽑았다. 유기동물 발생 빈도가 높은 시기 중 하나가 명절 연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있는 기준이다. 구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과 장애인 신청자를 2순위로 선정했다.

 

 ◆서대문구 “자체 센터 활용… 최대한 견종제한 없이”

 

 서대문구는 자체 운영하는 ‘서대문 내품애(愛)센터’에서 25일부터 30일까지 구민 반려견들을 돌본다. 내품애센터는 지난해 4월 개소한 지상 3층 총면적 760㎡ 규모의 종합반려동물문화센터다. 유기견 입양자에게 우선 입소 혜택이 주어진다. 

 

서대문구가 설 연휴 돌봄센터로 활용하는 내품애센터의 자랑인 옥상 놀이터에서 강아지가 놀고 있다. 서대문구청 제공

 

 서대문구 관계자는 “기준만 충족하면 견종 제한 없이 모든 강아지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평소에는 가구당 1마리씩 센터 이용이 가능했지만 이번 설 연휴에는 2마리까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돌봄쉼터 기간 동안 강아지들은 내품애센터의 자랑인 쾌적한 실내 놀이실과 옥상 놀이터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보호자 요청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며 하루 2회 강아지가 지내는 모습을 사진으로 받아볼 수 있다. 또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는 3인 1조∙2교대로 구성된 돌봄 직원의 케어를 받는다. 야간에는 당직근무 인력이 폐쇄회로(CC) TV를 통해 모니터링한다. 비상시를 대비해 인근 동물병원과 연계시스템도 구축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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