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47일 만에…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구속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9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데 반발해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날 서부지법 현관에 파손된 현판이 나뒹굴고 있다. 뉴시스

 

 비상계엄 선포 47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이며 전직 대통령을 포함하면 5번째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19일 구속됐다. 서울 서부지방법원 차은경 부장판사는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이날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서울 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으로 지난 15일 윤 대통령을 긴급 체포했고,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공모해 지난달 3일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또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징후가 없었음에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점, 국회 정치활동까지 금지하는 불법적인 계엄 포고령을 발령한 점,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점, 체포 요건이 되지 않는 주요 국회의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인사를 체포∙구금하려 한 점 등도 주요 혐의다.

 

 윤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나와 국무위원들에 대한 잇따른 국회 탄핵 등 사실상 국가비상사태였으므로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고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최소한의 병력만 국회에 투입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내란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범죄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부각해 구속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반면 윤 대통령 측에선 좌장 격인 김홍일 변호사와 송해은 변호사 두 명이 대표로 약 70분간 각각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제시하며 구속 필요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단 구속 사유인 증거인멸 염려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공수처 주장대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전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을 탈퇴한 점 등이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유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지시를 받아 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김 전 국방부 장관 등 10명이 모두 구속기소된 점도 발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체포적부심과 체포∙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법원이 모두 공수처의 손을 들어주면서,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를 거부할 명분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발부 후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조사를 위해 이날 오후 2시에 출석하라고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20일 오전 10시로 조사 일정을 재통보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조사에 불응하면 강제인치(강제연행)나 구치소 방문 조사 등도 검토할 전망이다. 

 

 한편 윤 대통령 지지자 일부는 구속영장 심사 중이던 서울 서부지법 앞에서 시위 도중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지자 흥분한 상태에서 법원 내부로 난입해 경찰을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리다 체포됐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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