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경제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50여 일 만에 통상·외교, 재정, 기술, 기후·에너지, 이민 등 다양한 분야에서 90여 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새로운 정책과 이슈를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홍수 전략은 세계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국이 동맹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전쟁을 선포하면서 글로벌 경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중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멕시코 등 전통적인 동맹국에까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나우(GDPNow) 모델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성장률 전망치는 -2.4%로 예상되며 역성장이 우려된다. 또한 이달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57.9로, 2월의 64.7에서 급락하며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경제 전망이 악화되었음을 시사하며, 불안정한 경제정책 변화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시장도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급락세를 보였으며, 특히 나스닥은 10일(현지시간) 기준 4% 하락하며 2022년 9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7%와 1.5%로 하향 조정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 경제의 불안정성은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은 한국의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화학제품 등 주요 산업에서 미국 경제 둔화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관세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교역 감소로 인해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여기에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한국 주요 수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경제적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내수 부진과 고용 둔화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 경제 리더십을 복원하고 전략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첫째, 미국과의 협상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가 아니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만큼, 한국도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산업 협력 방안을 포함한 종합적인 패키지 딜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민관 협력을 통해 혁신과 성장 동력을 다시 구축하고,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경제 변화에 맞춘 산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산업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중국의 고사성어 중 ‘인심제, 태산이(人心齊, 泰山移)’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사람들이 뜻을 모으면 태산도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기업, 국민이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한다.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이 흔들리지 않도록 튼튼한 방패막을 구축하고, 글로벌 경제 질서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