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이 아메리칸드림을 계획한다. 미국에 자동차강판 특화 제철소를 지으며 현지 생산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탄소저감 체제로의 전환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이다.
25일 현대제철은 총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를 들여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t 생산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원료부터 제품까지 일관 공정을 갖춘 미국 최초의 전기로 일관 제철소로서 2029년 상업 생산 돌입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새로 지어질 제철소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위치가 가까워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 및 물류비 절감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정의선 회장이 미국에 210억달러(31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과 공동 투자를 협의 중인 현대제철은 전략적 파트너사와 지분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 측은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이고 미국 완성차 메이커의 전략 차종에 들어가는 강판을 주력으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나아가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을 공략하고 그 뒤에는 유럽까지 뻗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자동차 소재 분야에서 특화된 기술력을 미국에서 뽐낼 기회로 보고 있다. 70년이 넘는 전기로 운영 노하우를 보유한 현대제철은 2007~2010년 약 100만t 자동차강판을 생산한 경험이 있으며, 2022년 세계 최초로 전기로를 통한 1.0GPa급 탄소저감 고급판재시험 생산도 성공한 바 있다.
최근 수년간 국내 철강 산업 침체, 중국산 저가 철강의 유입에 눈물 흘린 현대제철은 이번 미국 투자로 수익 극대화, 브랜드 인지도 제고, 신규 고객사 확보를 노린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국 철강시장은 견고한 철강 수요와 높은 가격, 미래 성장성을 바탕으로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지역”이라며 “국내 대비 천연가스·전력 등 에너지 비용도 낮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산 철강 25% 관세 정책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탄소저감에도 속도를 높인다. 직접환원철을 생산하는 원료 생산 설비, 전기로, 열연 및 냉연강판 생산 설비로 구성될 신규 제철소는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고품질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향후 미국 내 견조한 수요와 인프라 활용을 통해 탄소저감 전기로 생산체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되면 국내에도 적용해 탄소중립 체제 전환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를 통한 탄소저감 자동차강판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