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내년 인공지능(AI)·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를 확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서 시작된 글로벌 무역 경쟁에도 대비한다.
기획재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했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내년 재정운용 기조와 투자 중점, 재정혁신 방향 등을 담은 원칙이다. 각 부처는 내년 예산안 편성 때 준수해야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올해(677조4000억원)보다 4.0% 증가한 704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예산이 7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역대 최초다.
민생안정과 경기 회복을 위한 경기 마중물 역할이 내년 예산안의 기본 방향에 포함했다. 재정투자 4대 중점으로는 ▲민생안정과 경기 회복 ▲산업경쟁력 강화 ▲지속가능한 미래 ▲국민 안전을 확보하고 굳건한 외교·안보를 강화 등으로 정했다.
내년 예산안 편성의 주요 방향에는 산업·통상 경쟁력 강화가 포함됐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통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지역·품목을 다변화하고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AI·반도체 등 지원을 확대하고 기존 산업의 AI 전환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산업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AI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고 AI·바이오·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인 기초·원천 기술도 중점 투자 대상에 올랐다. 강영규 기재부 대변인은 “4대 분야 중점 투자방향은 2025년도 지침과 유사하지만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해 산업·통상 경쟁력 강화에 중점 투자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위기·폐업 소상공인의 재도약과 유망 소상공인의 판로 확대에도 예산을 중점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민생안정과 경기 회복을 위해 내수진작 및 소상공인 경영안정, 청년 등 일자리 창출, 사회적 약자 보호와 자립기반 강화, 주택·안전 인프라 등 지역 경기 활성화를 지원한다.
매년 늘고 있는 의무지출의 중장기 소요도 점검한다. 의무지출은 공적연금·건강보험, 지방교부세·교부금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있어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이다. 정부는 필수적 소요를 제외한 모든 재량 지출에 10% 이상의 구조조정을 통해 보조·출자·출연 사업을 정비한다. 민간 자원과 민간 금융 활용 확대, 조세지출 관리 및 세입 추계 정확성 제고, 기금·회계 여유재원의 효율적 활용 강화 등 지출 효율화 노력을 이어간다. 정부는 기존의 건전재정 원칙에 지속가능성을 더해 재정운용의 혁신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고령화가 계속되면서 재정 여력 대부분을 의무지출에 활용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했다.
정부는 정책수요자 맞춤형 지원, 구조적 문제 해결 중심의 지원 부처 간 융합·협업 강화 등을 통해 저비용 고성과 재정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 중앙·지방 간 효율적인 재원 분담 방안도 검토한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해 핵심 전력을 고도화하고 드론·위성 등 미래 전장환경에 대비한 전력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장병들의 복무요건 개선 노력도 이어간다.
각 부처는 예산안 편성지침을 기반으로 5월 말까지 예산요구안을 기재부에 제출하게 된다. 기재부는 예산요구안을 토대로 6~8월 중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협의, 국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정부예산안 편성을 완료하고, 이를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