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에 26명 숨지고 산림 3만6000㏊ 불탔다

산림피해 규모 2000년 동해안 산불 넘어서
시간당 8.2㎞ 속도로 빠르게 확산
정부, 안동·청송·영양·영덕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27일 경북 의성 지역 산불현장에 투입돼 진화 임무를 실시하고 있다. 해병대 사령부 제공

 경상권에서 발생한 동시 산불 사태로 지금까지 26명이 사망하는 등 56명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산불로 3만6000㏊가 넘는 산림이 불에 타며 사상 최대 피해를 냈다.

 

 27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인명피해는 사망 26명, 중상 8명, 경상 22명이다. 권역별로 보면 경북이 사망 22명, 중상 3명, 경상 16명 등 41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남은 사망 4명, 중상 5명, 경상 4명 등 13명이었고 울산에서는 경상 2명이 나왔다.

 

 이날 오전 5시 기준 진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대형 산불 지역은 모두 10곳이다. 산불영향구역은 3만6009㏊로, 역대 최대 피해를 냈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2만3794㏊)을 넘었다.

 

 옥천∙언양(2단계)을 제외하고 이들 지역에 최고 수준인 산불 대응 3단계가 내려진 상태다. 진화율은 산청∙하동 77%, 의성 54%, 안동 52%, 영덕 10%, 영양 18%, 청송 77%, 온양 76%를 기록 중이다. 김해와 옥천, 언양 산불은 진화를 완료했다.

 

 이번 산불로 인해 총 3만7185명이 거주지로부터 대피했다. 대피 인원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북 의성과 안동으로 총 2만9911명이다. 대피했다가 귀가한 주민은 2만485명,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은 1만6700명이다.

 

 주택 117곳을 포함해 불에 탄 시설물은 325곳에 이른다. 의성(242곳)에서 피해가 가장 컸고 산청(72곳), 울주(11곳) 순이었다.

 

 이한경 중대본 차장(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산불이 시속 8∼10㎞ 정도의 속도로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확산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차장은 “피해자 가운데 사망∙중상자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신속한 대피가 어렵거나 대피 명령에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자체는 선제적 주민대피 체계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로 민간이나 공공기관의 숙박시설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번 산불 관련 심리 지원도 병행한다. 이 차장은 “산림, 소방, 군, 경찰, 지자체 등 모든 기관이 협력해 산불이 진화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동시 산불 사태가 일주일 째를 지나고 있으나 산불 진화작업은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곳곳에서는 전기, 통신, 수도 공급이 끊기고 도로가 통제돼 주민들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안동에서는 산불로 가압장에 전기 공급이 끊겨 일직면, 남선면, 길안면, 임하면, 남후면, 임동면, 풍천면 일부 지역에는 이틀째 수돗물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직면, 남선면, 길안면, 임하면, 임동면 2487호는 정전됐다가 전날 대부분 복구됐으나 177호는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영덕에서도 지난 25일 오후 5시 54분께 산불이 지품면 황장리로 넘어와 해안까지 휩쓸면서 단전과 단수가 속출했다. 같은 날 밤 10시부터는 통신이 두절됐다가 이튿날 새벽에 대부분 다시 개통됐다. 영양군 입암면, 청기면, 석보면 지역도 정전이 발생했다가 복구됐다.

 

 산불 주무관청인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미국 위성 열 탐지 결과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시간당 평균 8.2㎞ 속도로 확산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림청 분석 이래 역대 최고 빠른 속도다.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국가산림위성정보 활용센터장은 열 탐지 결과 화면상 청송 일대를 가리키며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 일단은 영덕 쪽 이전까지 예측이 된 걸로 알고 있다”며 “지금 시스템으로 전체적으로 이렇게 확산이 될 줄은 저희가 미처 몰랐다”고 밝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산불 피해가 심각한 경북 안동시,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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