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전문가들, 자동차 관세가 소비 폭탄 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다음달 2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자동차가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한국으로선 큰 타격이 예상된다. 27일 경기도 평택항 내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미국의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25% 부과 조치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해당국가들만은 아니다. 외신과 전문가들도 일제히 우려감을 강하게 표시했다. 

 

 주요 외신들은 27일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자동차 산업 전반에 침체를 가져올 뿐 아니라 동맹국과의 관계를 경색시키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일제히 지적했다.

 

 특히 이들 외신과 전문가들이 지적한 것은 당장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소비 부담이었다. 먼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 관세가 내달부터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몇 주 이상 지속된다면 산업 전반의 침체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소개했다. WSJ에 따르면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는 자동차 부품까지 관세 부과대상이 된다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조립∙생산되는 차량의 가격은 6000달러(약 880만원)가량 상승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나단 스모크 콕스 오토모티브 수석연구원은 “결론적으로는 생산량이 감소하고 공급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자동차 판매업체들이 이미 예고된 관세부과를 대비해 재고를 어느 정도 비축해둔 상태라 당장 소비자가 체감할 가격 상승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북미 외의 지역에서 생산하는 수입차 가격도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들은 차량 제조사와 모델 등에 따라 평균 가격이 5000달러(약 730만원)에서 1만 달러(약 147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과 동맹국 간 무역전쟁 확대로 인한 갈등 초래도 우려 대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통해 자동차 관세가 외국 업체에는 특히나 ‘허리케인급 장애물’이라고 규정했다. NYT는 또 이번 조치가 미국으로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을 수출하고 있는 독일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특히 자동차 관세가 이미 취약한 유럽의 자동차 산업을 더욱 압박하고 무역전쟁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유럽연합(EU)의 보복관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결국 미국과 유럽 간 유례없는 무역전쟁의 위기감만 고조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는 유럽 언론도 마찬가지다. 영국 BBC에 따르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자동차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가져올 것이며 가격을 상승시키고 동맹국과의 관계를 경색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세 부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주요 자동차 수출국으로 한국과 일본, 캐나다, 독일, 멕시코 등을 꼽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로 관세 부과 분야를 늘리며 무역 전쟁을 중대하게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의 상황도 심각하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를 ‘지저분한 15(Dirty 15)’로 지목하고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했는데 여기에 한국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시 인터뷰에서 베선트 장관은 더티 15에 어떤 국가가 포함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관보에 게재한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 국가 10여개국에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이 포함돼 있음을 밝히면서 한국이 더티 15에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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