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형 면세점 4사가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단체 관광객 일색이던 과거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MICE(회의·인센티브여행·컨벤션·전시) 관광객과 개별 관광객(FIT)을 유치하며 체질 개선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 등 대형 면세점 4사의 합산 영업손실은 2776억원에 달했다. 롯데면세점 -1432억원, 신라면세점 -697억원, 신세계면세점 -359억원, 현대면세점 -288억원 등이다.
이는 방한 외국인이 급증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48.4% 늘어난 1637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면세점 큰 손이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감소하고, 올리브영·다이소에서 자유로운 쇼핑을 즐기는 젊은 층 위주의 개별 관광객들이 늘어 객단가가 낮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연간으로 발표되는 외래 관광객 1인 평균 지출 경비를 보면 2023년은 2152달러로 2020년(3885달러) 대비 81% 감소했다.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지난해는 2023년보다 지출 규모가 더욱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환율과 경기 침체로 면세점을 찾는 내국인 관광객 수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외국으로 떠난 내국인 관광객은 262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지만, 면세점을 찾은 내국인 관광객 수는 144만4000명으로 4.9% 감소했다.
매출이라도 올리기 위해 높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에게 의존하던 영업 방식도 손익 악화의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각 사는 시내 면세점 매장을 축소해 핵심 점포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7월 말까지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은 기존 3개층에서 2개층으로 축소한다. 시내 면세점 효율화에 따라 전환배치를 시행한 뒤 희망퇴직도 추진한다.
이에 앞서 신세계면세점 부산점도 지난 1월 철수를 결정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롯데월드타워점의 전체 매장 면적 1만3113㎡의 35%를 차지하는 타워 동(4599㎡)을 없앴다.
면세업계는 또한 전통적인 단체 관광객에 의존하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소규모 고단가의 MICE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비즈니스 관광 성수기를 대비해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5일 하루동안 2개 기업이 단체 방문해 예상 목표치 이상의 객단가와 매출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확인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중국 의료뷰티 관광 단체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방문해 쇼핑을 즐겼다. 코로나 이후 단체 관광객의 쇼핑 객단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비즈니스 목적 테마단체의 객단가는 3~4배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올 연말까지 인센티브 단체 프로그램을 통해 5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다. 여행사와의 협력으로 진행되는 의료뷰티 관광 프로그램은 월평균 400명 이상, 연간 5000명 이상의 고객을 유치할 예정이다.
국내 면세업계에서 최초로 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한 롯데면세점은 자체적으로 단체 관광객 유치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월 초 마케팅 부문을 신설하고 예하에 GT(그룹투어)팀, FIT 팀, 커뮤니케이션팀을 배치해 고객 세분화 타겟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일반 단체 관광객과 MICE 관광객 유치에 매진해 매출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대만 암웨이그룹 임직원 1000여명 단체 방한을 시작으로 중국 크루즈 단체관광객 3000여명, 중국 화장품 기업 인센티브 단체관광객 800여명까지 지난달에만 5000여명의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